선박 용접기술 로봇에 전수…中 따돌릴 승부수 띄웠다[정부·HD현대 'AI조선소' 구축]

2025-11-20

정부가 글로벌 조선업계 1위 HD현대와 인공지능(AI) 조선소 구축에 힘을 모은다. 1호 공약인 AI 3강(G3) 전략의 일환으로 AX(AI 전환) 파급효과가 특히 큰 조선업계에서 반세기 노하우의 고품질 데이터와 제조·연구 시설이 밀집한 울산 산학 시너지를 앞세워 신기술을 개발하고 중국과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경기 성남시 HD현대글로벌연구개발(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로보틱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대 등 5개 기업·기관 간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정기선 HD현대 회장, 박종래 UNIST 총장 등이 참석해 향후 협력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5개 기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UNIST 같은 연구·교육 거점이 한데 모인 울산, 나아가 인근 제조업이 밀집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입지 특장점을 살려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즉각 AI 모델 학습에 적용하고 개발된 기술을 다시 현장에 투입하는 동시에 산학 인력 교류까지 꾀하는 식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선박 설계와 용접·도장·조립 등 제조, 안전관리 등 현장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조선업 특화 파운데이션(기초)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선박 건조 과정은 복잡하고 숙련자가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 많은 데다 AI가 학습하기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가 많아 모델 개발이 특히 까다로운 분야다.

UNIS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협력해 ‘조선 산업 AI 연구소’를 신설하고 텍스트·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멀티모달(다중모델)과 멀티 에이전트(비서) 관제 시스템, 능동형·지능형 설계·생산 기술 등을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연구소를 향후 조선뿐 아니라 국내 제조 AI 전반을 연구하는 피지컬(물리적) AI 거점인 ‘한국 산업 AI 융합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HD현대도 자체 기술인 ‘AI 명장 에이전트’를 조만간 현장에 도입해 노하우를 기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인프라 확보도 서두른다.

과기정통부는 신기술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AI 조선소 구축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AI가 조선소 현장 업무를 이해하고 중장기적으로 로봇이 용접을 대신하는 기술까지 구현하려면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인간 작업자가 현장에서 수행하는 용접 같은 작업을 AI 로봇이 보고 흉내낼 수 있도록 영상 형태로 정제한 데이터다. 다만 이 같은 데이터는 생체정보처럼 민감 정보로 분류돼 AI 학습에 함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AI 지능형 자율운항 기술’ 같은 핵심 신기술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HD현대가 UNIST 같은 외부 기관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도 제한이 생긴다.

정부는 그밖에 지역 대학과 협력해 투자와 인재 양성을 확대하고 반세기 동안 축적된 고숙련 작업자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며 산업통상부 주도의 민관 협력체 ‘제조 AX 얼라이언스’와 연계해 산업계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조선업은 AI 도입이 까다로운 만큼 도입 시 작업 효율화와 인력 부족 해결, 안전 우려 해소, 또 자율주행선박 같은 신기술 확보까지 기대되는 파급효과가 크다. 업계는 중국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 ‘마스가 프로젝트’ 협력 등 새로운 시장 기회를 극대화하려면 AI 혁신이 시급하고 정부 역시 산업계에 AI를 적극 확산해 AI 3강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만큼 민관 시너지가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정 회장은 “최근 수주 실적도 좋고 마스가 협력으로 사업 확대 기대감이 나오지만 솔직히 중국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든다”며 “한국경제인협회 설문조사에서 조선마저 5년 내 중국이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배 부총리는 “국내 조선·해양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고 AI 3강 진입을 앞당기는 발판으로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HD현대는 이달 14일 AI 관련 조직을 HD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직접 총괄하는 ‘AIX추진실’로 재편해 AI 전환을 서두르기로 했다. 회사는 글로벌 빅테크 팰런티어와 손잡고 2030년까지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에 시뮬레이션 검증을 도입해 생산성을 30% 높이고 건조 기간은 30% 단축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하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 계획을 추진 중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