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소비 -0.3%, 외식업 생산 -3.4%…두 지표 나란히 하락

“장도 덜 보고, 외식도 줄였어요. 요즘은 먹는 것까지 아껴야 하니까요”
서울 성북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지현(39) 씨는 최근 마트 대신 동네 시장을 자주 찾는다. 한 끼 한 끼 가격을 따지며 장을 보고, 외식은 주말에만 한 번 정도. 김씨는 “예전엔 외식이 기분 전환이었는데, 이젠 비용 부담이 커서 망설여져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식비 절약’ 움직임이 통계로 확인됐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가 모두 2023년부터 하락세다.
집에서 해 먹는 ‘집밥’도, 밖에서 사 먹는 ‘외식’도 동시에 줄고 있다. 소비자들이 ‘먹는 것’마저 줄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은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기 마련이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외식이 막히던 2020년엔 음식점 생산이 16% 급감했지만, 대신 음식료품 판매는 13년 만에 최대폭(4.6%) 증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두 지표가 나란히 내리막이다.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음식료품 판매는 2021년까지 늘다가 2022년부터 3년째 감소 중이다. 지난해엔 0.3% 줄었고, 올해 1분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배달음식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지만, 지금은 배달을 포함한 음식점 매출 자체가 줄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은 2023년 0.7%, 올해 1.9% 줄어 감소폭이 커졌다.
문제는 물가다. 채소·과일값은 이상기온 탓에 2023년부터 급등했고, 최근에는 고환율 여파로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식 물가도 3.2% 올라 1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필수재 중에서도 가격이 더 저렴한 품목으로 소비를 바꾸는 경향이 있다”며 “전반적인 고물가가 식비 지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 생산은 4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올해 1분기엔 무려 20.7%나 줄어 외환위기 직후 수준이다.
여윳돈도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4분기 기준 7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둔화와 고용 불안으로 저소득층이 식비 같은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례적인 소비 감소는 우리 경제의 체온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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