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서울시교육청 허술한 AI 교육서비스 용역 제안서…에듀테크 업계 '우려'

2025-05-01

“서울시교육청의 과업 지시서가 등장하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상황에 놓였다. 사업에 참여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에듀테크 A기업 대표)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없어질까 걱정된다.”(에듀테크 B기업 대표)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025 서울시교육청 인공지능(AI) 교육서비스 추가 선정 및 운영관리 용역 제안서 요청서'에 관한 에듀테크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용역 제안서에 적시된 내용들이 객관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한국디지털교육협회(KEFA)는 테크빌교육 회의실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에듀테크 생태계 활성화 및 디지털 교육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긴급이사회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용역 제안서에 따른 업계의 입장도 모았다.

이 사업은 올해 9월 오픈하는 11개 시도교육청이 공동개발 중인 '인공지능 교수학습 통합 플랫폼(가칭)'과 연계할 AI 교육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정된 기업은 서울시교육청 관내 교사와 학생이 내년 2월까지 활용할 수 있는 10종 내외의 AI 교육 서비스를 뽑아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정된 교육 서비스와 플랫폼 간 연계, 라이선스 기간 중 AI 교육서비스 운영 관리 및 연계 부문 관리도 맡는다.

우선 지적이 나오는 부분은 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사업 금액(약 6억원)이다. 용역 제안서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제품은 물론이고, 해외 라이선스 에듀테크도 포함해야 한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해외 에듀테크 라이선스 계약 금액만 해도 사업비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국내 기업에게 돌아갈 비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에듀테크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용역 제안서에 공개한 원가 산출 내역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용 소프트웨어(SW) 카테고리 내 일부 VR 도구 등을 근거로 3100여만 원을 상정했다. 그러나 에듀테크가 아니라 교구, VR장비 등 기자재를 기준으로 원가를 산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함께 계약 기간 중 관내 학교 및 교사를 대상으로 동일 제품 판매를 금지한 조항도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업권 침해로 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공교육 현장에 싼 가격의 검증되지 않은 에듀테크 제품이 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공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른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공교육에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용역 제안서에 관한 에듀테크 기업들의 우려가 큰 것은 타 시도교육청이 이번 사례를 벤치마킹해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용역 제안서가 나온 이후 울산, 광주 등 타 시도교육청에서 에듀테크 기업에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형세 KEFA회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사례가 타 지역 교육청으로 확산할 경우 에듀테크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소통해 건강한 에듀테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사에게 에듀테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처럼 교육청 등이 지정한 에듀테크만 사용하는 구조가 과연 에듀테크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서울시교육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업의 취지는 예산 안에서 학교 내 에듀테크를 확산하고 에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한 원가 산출 내역 등은 다시 한번 내부 검토를 해 보겠다”고 밝혔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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