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만 의존땐 대정전 우려…ESS 등 균형 투자 시급

2025-06-30

전력 당국이 발전 업계의 ‘자영업자’라 할 수 있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까지 출력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봄가을철마다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수급에 불일치가 나타나면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지면서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 가능 여부와 출력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공급을 자유자재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는 봄가을철과 같은 전력 수요 비수기에는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추고 전력 수요에 맞춰 소규모 발전소까지 전력 생산을 제한한다.

문제는 최근 태양광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제어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태양광발전소의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석유·가스·수력 등 대형 발전원만 통제해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지만 전체 전력망에서 태양광발전소 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전력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가스·석유 발전소를 가장 먼저 조절하고 그 다음에 대형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한다”며 “그렇게 하고도 더 이상 감당되지 않으면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도 중단 명령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전라남도와 같이 역내 태양광발전소 비중이 높은 지역의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은 보다 자주 출력 제어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력 수요·공급은 망 전체 측면에서도 일치해야 하지만 권역별로도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출력 제어는 중단 조치 건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중단 조치 한 건당 제어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봄철 경부하기 중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 GW 단위로 출력 제어를 한 날은 9일에 달했다. 소규모 비중앙 태양광발전의 1기당 용량이 20㎿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에 수백 곳의 발전소가 동시에 출력 제한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들어 전력예비율이 가장 높았던 5월 4일의 경우 5시간 동안 설비용량 6.3GW의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다. 대형 원전 6개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총 운영 가능 발전량 대비 출력 제어량을 보여주는 제어율은 2023년 0.0034%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0.5772%로 170배 가까이 튀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소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력망 유연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간헐성 전원 비중이 20%가 넘어가면 전력망 운영 난도가 급증한다”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들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서로 전력망을 연결해 전기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이어서 그런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게 유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발전소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부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배터리 단가가 높아 상당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원자력협회 등이 새 정부에 제안한 ‘국가 원자력 정책 제안서’에 따르면 2050년께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ESS 시설을 구축하는 데 최소 464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 한 해 국가 예산의 70%에 달하는 금액이다. ESS를 설치하더라도 배터리 수명이 10년밖에 안 되는 데다 한 번에 분산할 수 있는 시간이 4~6시간에 불과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면서 유연성 전원을 함께 확보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태양광발전소와 함께 ESS 설비도 확충하고 필요시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가스발전소도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안정적인 주파수와 전압으로 전력망을 운영할 수 있도로 맞춤형 전력망 운영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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