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만명 TV 가입했는데…“5%” 괴상한 시청률의 비밀

2025-05-20

미디어 프런티어: K를 넘어서

현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한마디로 혼돈 상태입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디지털 혁명’으로 구체제가 붕괴하고 있는 반면, 새 질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이죠.

유튜브 덕분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성장한 음악 산업은 팬덤의 피로가 커지며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덕분에 글로벌의 세례를 입은 영상 시장은 내수 기반이 흔들리며 채 꽃피워보기도 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와 현재의 K(K팝·K드라마)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미디어 비즈니스 전문가인 조영신 박사가 이런 시장의 ‘오늘’을 진단하고 이미 우리에게 와버린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이상하다 못해 괴상한 유료방송 시장

이상하다. 유료방송 시장은 안정적이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2024년 기준 약 3400만 명 수준이다. 전국 가구 수 대비 높은 보급률이다. 케이블 가입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IPTV 가입자는 증가세다. ‘여전히 유료방송 가입자는 탄탄하다’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 세대의 유입은 제한적이지만, 사망률이 낮아지며 잔존세대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 인구 예측 자료를 보더라도 2030년까지는 소폭이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2035년에도 5100만 명 정도의 인구를 유지할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적어도 2035년까지는 급격한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밴드와 IPTV, 휴대폰 요금을 모두 결합한 상품에서 IPTV의 실질적인 지불 금액은 1만원 내외라, 굳이 가입을 해지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 출현 이후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 가입자 규모가 2010년 대비 60%에 불과한 북미와 대조적이다. 한국의 유료방송 시장은 ‘굳건’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가입자 수는 안정적인데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시청률은 처참하다 못해 암담하다. ENA의 최신 드라마 ‘당신의 맛’ 시청률은 2% 내외다.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슬기로운 전공의생활’도 각각 6% 내외에 불과하다. 팬데믹이 창궐했던 2020~2021년 잠시 반등했으나, 다시 급락해 연간 평균 채널 시청률은 5% 내외에 머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유료방송 시청률 감소 폭이 코드커팅 현상이 나타난 북미 시장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2024년 북미의 채널 사업자 평균 시청률은 2010년 대비 50% 하락해 현재 약 0.5% 수준인데, 한국은 같은 기간 약 20%에서 5%로 75% 급감했다. 가입자가 유지되었음에도, 코드커팅으로 가입자가 감소한 북미보다 시청률이 더 크게 하락한 것이다. “가입은 유지하나 TV는 보지 않는다”는 모순된 현실의 반영이다.

유사(類似) 코드커팅이라고 부를 만하다.

유사 코드커팅? 가입자는 남고 시청자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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