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은 만화 전권이 무단으로 다음 카페에 게시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안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에 회부됐고, 위원회는 경고 및 삭제·전송중단의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 한발 앞선 행정적 판단으로 침해 콘텐츠 유통을 조기에 차단하고 권리자의 시간과 비용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 확산에 따라 저작권 침해도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침해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 심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시정권고·시정명령·정보제공명령 등을 사전 심의하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그 핵심 축이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22조의6에 근거해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구다. 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며, 법률·저작권·정보기술(IT)·콘텐츠 산업 분야 전문가 20인으로 구성됐다.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 이해 충돌을 고려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행정조치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기능은 시정권고 제도 심의다. 저작권보호원이 온라인에서 불법복제물을 적발하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복제·전송자 경고 △불법복제물 삭제 또는 전송 중단 △반복 위반 계정 정지 등을 권고할 수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조치를 이행하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행정명령(시정명령) 없이 사안이 종결된다.
문제는 일부 플랫폼이 시정권고를 무시하거나 방치할 경우다. 이 경우 보호원은 문체부에 시정명령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명령은 별도의 추가 심의 없이 즉시 발동된다.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회는 강제조치 이전 단계에서 플랫폼 책임을 제도화하는 사전 정지선 역할을 맡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정 심의 기능이 콘텐츠 산업 구조에서 자율규제와 공공개입의 중간지대로 '사전 방화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로 창작자 권리 구제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위원장인 김경숙 상명대 교수는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불법 복제물에 관해 권리자가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권리자의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종류가 매우 많고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므로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삭제 요청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서 불법복제물에 대해 충분한 심의를 거친 후 삭제 여부를 결정하고 시정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기획〉 한국저작권보호원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