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짝 들어올린 어깨가 들썩이는 듯하다. 태극기와 함께, 입꼬리도 올라갔다. 해방의 기쁨에 남녀가 따로 있을까. 흰 한복 입은 여인네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우향 박래현(1920~76)의 ‘여인들’이 공개된다. 1946년 여름 동화백화점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자유신문’은 “이번 20여 점의 작품은 순전히 해방 후의 작품으로, 해방의 감격을 여성적인 섬세한 필치로 표현한 역작”이라고 평했다. 1997년 삼성문화재단이 발간한 도록 『한국의 미술가 박래현』에만 수록됐을 뿐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의 아내로 잘 알려진 박래현의 결혼 전 그림이다. 그는 1947년 28세로 운보와 결혼한다. 부친은 병환으로, 모친은 청각장애가 있는 화가와의 결혼에 반대해 예식에 불참했다. 부친은 열흘 뒤 세상을 떠났다. 박래현은 일제강점기 도쿄 여자미술학교에서 일본화를 배웠지만 해방 후 새로운 채색화의 세계를 창출, 후에 한국화의 모더니즘과 추상으로 나아갔다. ‘여인들’은 박래현 예술의 시작을 증언하는 의미 있는 자료다.

케이옥션은 20일 경매를 앞두고 9일부터 프리뷰를 연다. 88점, 총 80억원 규모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중요 순간들을 담은 희귀작들이 포함됐다. 표제작은 김환기의 ‘봄’(1956~57). 1974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이듬해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환기 회고전’에 출품된 뒤 50년 만에 첫 공개다. 경매 시작가 20억원.

이중섭이 절친한 시인 구상의 사회비평집 ‘민주고발’(1953) 표지화로 제작한 시안 4점 중 한 점도 처음 공개된다. 경매 프리뷰 9~20일,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