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의 계정공유] 나영석의 남자들, 매력만점 김대명과 박병은

2025-09-11

[비즈한국] ‘나영석의 남자들’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대부분 이서진을 꼽을 것이다. 차승원도 떠오르고, 강호동도 빼놓을 수 없고, 그 외에도 ‘신서유기’ ‘삼시세끼’ 멤버들을 비롯해 ‘서진이네’ ‘콩콩팥팥’ ‘나나투어’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연을 맺은 출연진들이 수없이 많다. 나영석 PD는 한 번 연을 맺은 출연진들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발굴해 그를 주인공으로 한 포맷의 방송을 만들기로도 유명하다. 최근 부상한 새로운 나영석의 남자들은 단연 김대명과 박병은이다.

김대명과 박병은은 나영석 사단이 세운 외주 제작사 에그이즈커밍과 CJ ENM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통해 각각 웹 콘텐츠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와 ‘나는 일반인이다’ 주인공으로 나섰다. 앞서 나영석이 찜한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던 프로그램이 모두 출연자의 독특한 개성을 뒷받침했으나, 이 두 방송은 김대명과 박병은의 개성이 없었다면 기획 자체가 떠오르지 않았을 만한 작품이다. 물론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 때부터 보여온, ‘이게 될까?’ 싶은 다소 마이너한 기획을 주저 없이 진행하는 추진력 때문이기도 하다.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는 ‘먹태 김대명 선생’ ‘광화문 인싸’ 등의 별명을 지닌 배우 김대명을 따라 김대명의 취향이 확고히 드러나는 노포들을 찾아 나서는 맛집 탐방기. 김대명은 주로 종로, 광화문, 경복궁, 남대문, 서울역 등 이른바 사대문 이내의 오래된 식당과 주점을 섭렵해 왔다는데, 닭무침과 함께 평양냉면을 즐길 수 있는 남대문 냉면집, 김광석의 노래를 ‘떼창’해도 이상하지 않은 호프집, 이전까지 내가 뭘 먹었는지 잊어버릴 정도의 ‘美味’를 선사하는 중국집, 김대명이 어딜 가든 빼놓지 않고 챙기는 먹태 맛집 등 오롯이 김대명의 취향에 의지한 맛집들이 등장한다. 요즘 ‘젠지’들의 입맛엔 다소 맞지 않을 법한 자기주장 강한 노릿하고 꼬릿한 내음의 음식들도 있지만, ‘반박 시 당신 말이 다 맞아요. 그치만 난 이게 맛있어’라는 마인드의 추천이 눈길을 끈다.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지만 맛집 탐색에 젬병이고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맛집 선정부터 먹는 방법까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대명이따라 코스’에 중독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동방예의지국 간짜장’ ‘낮술계의 고슴도치’ 같은 김대명 특유의 차진 표현에도 중독될 수 있다.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는 작년 2월 처음 선보였다가 스핀오프 해외 맛집 탐방기인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 대만따라’를 파생시켰고, 올해 7월에 다시 돌아와 전라도 익산과 전주에서 김대명만의 확고한 맛집을 선보였다. 특히 근방의 전주나 군산에 비해 여행지로는 전혀 존재감이 없었던 익산에서 낮부터 벌이는 호프집 투어가 압권. 그의 추천에 따라 ‘엘베강’과 ‘베를린’을 지도 리스트에 추가해 놓았을 정도다. 어느 지역이든 자랑할 만한 노포들이 있을 텐데, 내가 지자체 홍보 담당 직원이라면 당장 김대명 섭외부터 들어갈 것 같다.

김대명의 취향 바이브에 푹 빠진 나영석 PD를 강력하게 홀린 새로운 남자는 배우 박병은. 채널 십오야는 물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범상치 않은 라이프스타일이 공개된 바 있는데, ‘나는 일반인이다’는 본격적으로 박병은의 삶에 빠져 보는 코너다. 박병은은 이미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와 ‘로비’ 홍보 차 채널 십오야에 등장해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뽐낸 바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낚시를 하고, 자연인처럼 봄에는 나물 캐고 가을엔 버섯 따는 채집 생활이 자연스러우며, 그렇게 얻은 수확물로 각종 담금주를 담는 남자라니. 나영석 PD는 일찍이 ‘세상에 남자가 이서진, 차승원, 유해진 딱 셋만 남는다면 내 여동생과 절대 결혼시키지 않을 최악의 신랑감’으로 유해진을 꼽은 바 있는데, 박병은의 이야기를 듣곤 단번에 박병은으로 번복한 바 있다. 그만큼 박병은의 삶이 범상치 않다는 뜻.

내 아내에게는 최악(?)일지언정 나영석과 대중에게는 박병은의 삶이 매력적인 콘텐츠로 다가온다. ‘나는 일반인이다’는 한사코 자연인 아닌 일반인임을 주장하는 박병은의 일상과 취미를 엿보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삶을 보여주는 콘텐츠인데, 이미 봄 편에서 좌대 낚시와 노래방 등 ‘아재’스러운 일정을 연이어 선보여 제작진이 두 손 두 발을 들며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지난 8월 29일과 9월 5일, 2편으로 선보인 여름 편은 한층 다이내믹하다. 엑소 출신 배우 도경수가 합류해 박병은의 제2의 고향 제주도를 배경으로 계곡에서 수영하고, 배 타고 무늬오징어를 직접 잡아 음식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인 것. 직접 낚시할 자신은 없어도 박병은이 선보이는 삶을 지켜보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데, 김대명과 마찬가지로 절묘한 표현력과 순도 높은 ‘아재 개그력’이 어우러지며 웃음이 빌 틈이 없다.

게다가 김대명과 박병은이 서로를 은근히 견제(?)하는 모양새도 웃음 포인트다. 이미 나영석을 단단히 홀렸던 김대명은 ‘OO스타일~’이라는 유행어를 양산시킨 박병은의 입담에 견제를 느끼고, 박병은은 김대명의 바이브 충만한 맛집과 새로운 유행 선도하는 음식들에 견제를 느끼는 형국. ‘나는 일반인이다’ 여름 편 두 번째 콘텐츠 헤드 카피가 ‘대명아~ 너는 오징어입을 먹었지만 우리는 오징어를 잡았다~!’일 정도니까. ‘삼시세끼’에서 이서진과 차승원의 만남이 화제를 모았듯, 향후 김대명과 박병은의 ‘합방’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와 ‘나는 일반인이다’ 모두 결국은 맛집 탐방과 여행이라는 고전적 콘텐츠이다. 그럼에도, 나영석 PD가 발굴한 보석 같은 매력 만점의 두 남자의 개성이 녹아들면서 차별화된 웹 콘텐츠가 탄생한 점이 재미나다. 나영석의 보석함은 어디까지 넓어질 것인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그의 보석함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콘텐츠들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처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 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정수진의 계정공유] '폭군의 셰프', 아는 맛에 당할 재간이 있나!

· [정수진의 계정공유] '애마', 야만의 시대를 화끈하게 뒤집는 여성 서사

· [정수진의 계정공유] 평냉맛 '서초동'과 마라맛 '에스콰이어', 당신의 입맛은?

· [정수진의 계정공유] '파인: 촌뜨기들', 건져 올린 것은 보물인가 탐욕인가

· [정수진의 계정공유] 모두가 총을 쥔 사회, 누가 '트리거'를 당기는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