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구조 공동 발견 제임스 왓슨 박사, 97세로 별세

2025-11-07

DNA 이중나선 구조 공동 규명해 노벨상 수상

생애 후반 인종·성 차별 발언 일삼다 학계 퇴출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생명의 유전적 청사진이라 불리는 DNA(디옥시리보핵산, 유전물질) 구조의 공동 발견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왓슨 박사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이스트 노스포트의 한 호스피스에서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DNA 구조 해명이라는 업적에도 생애 후반 인종·성 차별적 발언을 일삼다 학계에서 퇴출당한 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7일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공동으로 밝혀내 인류 생명과학의 시대를 연 왓슨 박사가 전날 별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오랜 기간 몸담았던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와 그의 아들 루퍼스 왓슨은 사망 사실을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왓슨 박사는 2018년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이후 요양 중이었다.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한 왓슨 박사는 1953년 '네이처'지 논문 발표로 생물학의 새 장을 열었다. 해당 연구는 생명정보가 세대를 넘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며 현대 유전학·의학·법과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초기에 이끌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는 그의 지도 아래 세계적 생명과학 연구기관으로 발전했다.

WP에 따르면 70여 년에 걸친 연구 경력 동안 왓슨 박사는 생명공학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고, 이는 의학, 농업, 법의학, 친환경 기술 등 여러 분야에 혁신적인 응용을 가져왔다. DNA 분석을 통한 신원 확인은 범죄 수사와 재판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질병 진단·친자 확인·유전 질환 연구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 유전자 변형 기술은 병충해와 가뭄에 강한 농작물과 영양가 높은 작물 개발, 동물 복제·불임 치료 등에도 쓰인다. 이 밖에 유전자 치료법은 질병 정복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동료 과학자들과의 불화 및 거침없는 언행으로 악명이 높았다. 여성, 흑인, 유대인 등 여러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과 함께 인종별 지능 차이를 주장했다. WP는 왓슨 박사가 80세 이후 과학계에서 사실상 고립되었다며 강연 요청이 끊기고, 급기야 생계난으로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고, 러시아 자산가가 410만 달러에 낙찰받은 후 메달을 돌려줬다고 전했다.

WP는 왓슨 박사에 대해 "탁월한 과학자이자 동시에 깊은 논란의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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