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국내 증시의 유동성 쏠림으로 인한 시장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 시장조성제도를 도입했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는 소수 종목에 유동성이 집중된다. 그렇다 보니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은 적정 주가 추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거래 비용과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장조성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대다수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를 지정하는 등 저유동성 종목으로 범위를 한정한 우리나라보다 광범위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조성자란 여러 거래자로부터 증권을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순기능을 수행하는 시장조성자는 반복적 주식 거래를 의무적으로 이행함에 따라 가격 위험 노출은 물론 과도한 거래 비용을 부담한다. 현행 세법은 유동성 공급 증가를 통한 시장 활성화·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이거나 회전율이 상위 50% 이내인(배제 기준)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의 시장조성자 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면제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 시장조성자의 수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성 활동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가 지나친 혜택이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을 공급하고 현·선물 간 가격 괴리를 축소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가격 위험 노출과 거래 비용 부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시장조성제도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권거래세 면제는 필수적 조세 지원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올해 일몰 예정인 시장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세 조치가 연장돼야 한다.
주식시장 현황을 고려하면 배제 기준을 완화시켜 증권거래세를 면제하는 시장조성자의 거래 대상 주식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시장조성제도의 당초 취지는 시가총액이 낮은 소형주가 아닌 저유동성 종목에 대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현행 배제 기준은 시가총액이 많은 대형주인 저유동성 종목을 증권거래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형주도 넓은 스프레드와 이를 반영한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시장 조성 활동이 필요할 수 있으며 유동성 공급으로 거래 비용의 감소에 따른 사회적 후생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세 면제라는 조세 지원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경제 전반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조세 지원 확대 시행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악용해 주가 하락을 유도하거나 불공정거래를 한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주식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전무할 뿐만 아니라 올해 3월 거래소가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을 도입해 공매도 관리가 강화됐다. 2022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을 위한 호가 정정·취소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오해는 타당하지 않으며 조세 지원 제공 반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