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3〉의정 갈등의 뿌리, 의대 평가제도 다시 묻다

2025-08-20

의대생들이 곧 복귀할 전망이다.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두 학년을 동시에 어떻게 교육할지, 3학기라는 불규칙한 흐름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 크다. 의사 국가고시나 전문의 시험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지, 교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도 남은 과제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고 있지만, 평가제도에서 해법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90%를 넘는다. 난도가 높은 시험에서 이처럼 높은 합격률이 나온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의대생들은 입학 때부터 성적이 우수했고, 학습량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른바 '족보'를 아무리 활용한다 해도 90%라는 수치는 단순한 실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의대 입학만 하면 의사 면허까지 따라오는 지금의 평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의대 학점관리에도 동시에 적용하면 빨리 갈 사람과 늦게 갈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과대학 성적 우수자나 국가고시 상위 합격자가 곧 훌륭한 의사일까? 일정한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대 내 성적 평가와 국가고시의 평가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훌륭한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진단과 수술, 처치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러한 것을 단순 암기 위주의 필기시험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가를 보완한다 하더라도 그 기준은 이해관계자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교수나 선배 의사는 연구 수행 능력과 순응성을 중시할 수 있고, 병원장은 수익성과 민원 최소화를 중시할 수 있다. 반면 환자와 보호자는 따뜻함과 친절함을 우선한다. 환자와의 소통 부족으로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하지 않는 능력, 혹은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와 협의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까지도 의료인의 필수 역량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점을 조화롭게 반영한 종합적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족보'가 통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떨까. 기출문제를 정부가 공개하고, 문제집 판매수익을 좋은 곳에 쓰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골치 아파하고, 환자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다소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장치가 되지는 않을까?

사회가 바라는 의사는 기본적인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환자를 존중하지 않거나, 무지하다고 무시하거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특히 환자를 성적 대상이나 금전 취득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논의를 깊이 다룰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인성과 윤리 평가의 구체적 방법론을 모색하기보다, '다른 직업군도 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하느냐'는 방어적 태도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당국 역시 의대 수업 운영이나 복귀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 등 당장의 현안 해결에 급급하다. 하지만 족보에 의존한 단순 암기식 평가,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압력 속에서는 근본적 변화가 나오기 어렵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지금의 혼란은 의대 평가 제도 속에 '본질적 가치'가 빠져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닐까? 이번 의정 갈등 같은 사태가 반복되어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이고, 피해가 환자에게 전가되며, 의사 수급 문제로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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