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김병철 부부의 첫 개인전 ‘첫번째 언덕에 서서’

2025-08-19

 “부부의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다가도 서로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을 보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혼식을 올린 지 15년을 넘기면서 ‘이제 첫 번째 언덕을 넘어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로서 이미영과 김병철이 한 공간에서 살아오면서 고민했던 것들의 일부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주 자전거탄갤러리에서 이미영-김병철 부부작가의 첫 번째 2인전이 31일까지 진행된다. 각자 작가로 활동하던 이들이 만나 결혼을 하고, 15년이 지난 어느날 첫 번째 언덕을 넘어서는 마음으로 부부전을 열게 됐다는 고백이다. 남편 김병철은 그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지만 부인 이미영은 출산과 육아로 작품활동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붓을 든 이미영 작가가 ‘대지’를 주제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지금이 부부전을 열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남편 김병철 작가는 과거 고대도시들의 웅장한 건물이나 황제의 아내가 된 마리 앙뚜와네트가 썼던 왕관과 같은 조형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거품 형태를 띄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의해 지어진 과잉된 구조물 등을 통해 그들이 추구했던 욕망의 크기를 보여준다. 정말 우리는 과거 유산을 보며 단지 감탄만 하는 것일까?

 부인 이미영 작가의 작품은 녹색톤의 자연풍경을 담고 있으나 직선과 곡선 형태의 거대한 인공조형물이 그 속에 존재한다. 때로 구름이 이 구조물을 감싸 안기도 한다. 작가는 생명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던 모든 생명의 무대인 ‘대지’를 통해 자연주의적 관찰자로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이미영 작가는 “아파트에 살다보니 자연과 가깝게 살고 싶은 욕구가 커져 어렸을 적 고향을 생각하며 땅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땅 한 평을 그렸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지 시리즈로 이어졌고, 이제는 인공물과 자연의 경제, 혹은 그들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작가는 “다른 누군가와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만나 이루어진 것이 부부이다 보니 서로는 같은 공간에서도 전혀 다른 내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예술은 이런 각자를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또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작동되기도 한다”며 서로의 작품세계에 대한 존중이 부부관계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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