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관계자 “다른 아이디 없어?” 묻기도
“14일·10일 연속 등도 횡행”···쿠팡 주장 배치

7일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는 쿠팡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제주에서 숨진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대리점에서 일한 다른 택배 기사는 무려 14일 연속으로 근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은 18일 고 오승용씨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제3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해 7일을 초과하는 연속 장시간 노동을 했다. 쿠팡은 그간 7일 연속으로는 동일 아이디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앱에 로그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7일 이상 연속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지난 9월5일 대리점 관리자는 고인에게 “이번달 다른 아이디 배송 없어?”라고 물었고, 고인은 “김** (지난달)7일 319건” “한건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대리점 내에서 타인 아이디를 활용한 배송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노조가 확보한 근태기록을 보면, 고인은 해당 주에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8월1~8일 8일 연속 야간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노조는 “쿠팡이 자체 대책으로 내세운 격주 5일제는커녕 7일 연속 근무 제한조차 현장에서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과로 구조가 방치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CLS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앱을 사용해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CLS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수 없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해당 대리점의 전체 근태기록을 살펴보면, 쿠팡이 약속한 ‘격주 주5일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사들이 다수였다. 주7일 이상 연속 근무한 기사들도 빈번하게 발견됐다. 이곳에서 근무한 A씨는 10월12일부터 25일까지 14일 연속 근무했다. 다른 택배노동자 B씨도 10월16일부터 25일까지 10일 연속으로 일했다.

노조는 고인이 근무했던 쿠팡 제주1캠프에서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해왔다는 동료 기사들의 일관된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된 1, 2차 진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주6일 연속적이고 고정적인 야간노동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 일했고, 주 노동시간은 83.4시간에 달했다. 고인이 “27일 휴무될까요”라고 묻자, 관리자는 “안 된다”며 “원하시는 대로 하실려면 다른곳으로 이직하셔야 될거 같네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쿠팡은 그간 “CLS는 사실상 매일이 ‘택배 쉬는 날’인 셈”이라며 자유로운 휴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유족과 대책위, 시민사회는 “이 비극의 뿌리에는 과로를 낳는 쿠팡의 노동시스템이 놓여 있다”며 “쿠팡은 무제한 노동을 방치한 과로 구조를 인정하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인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족의 억울함을 풀고 제2의 오승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쿠팡은 지금 당장 유족에게 사과하고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쿠팡은 타인 아이디 사용, 격주 5일제 미적용, 1, 2차 사회적 합의 위반 등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져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