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윤완수 웹케시그룹 부회장 “금융, 말로하는 시대”

2025-06-19

“입력하지 말고, 말하라” 웹케시가 AI 에이전트로 금융 소프트웨어의 판을 갈아엎는다. 마우스를 클릭하던 손은 이제 음성으로 지시를 내리고, 데이터를 탐색하던 눈은 결과만 받아보면 된다. 전사적자원관리(ERP), B2B 핀테크 전문 기업 웹케시가 AI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웹케시는 모든 업무 인터페이스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 변화에 선두에 서기로 했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은 '세 번째 금융 혁신'이 지금 막 시작되고 있다. 실제 웹케시는 기존 제품을 전면 개편하고, 에이전트만으로 작동하는 신규 솔루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사용자가 화면을 조작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금융은 말 한마디로 시작되고 끝난다. 웹케시는 '말로 하는 뱅킹'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제품군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한다. 금융과 업무를 연결하는 모든 접점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각오다.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조직·상품·근무환경 전반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국장

- 웹케시가 말하는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 우리가 써왔던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화면 중심의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직접 메뉴를 찾아가 버튼을 누르고, 정해진 순서대로 입력을 해야 업무가 처리되는 구조다. 업무 흐름이 시스템 안에 갇혀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이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이 화면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자연어로 말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해석하고, 이에 맞춰서 업무를 알아서 처리해주는 구조다. 마치 비서가 말 한마디로 지시를 받고 모든 후속 업무를 처리해주는 것이다. 이는 단지 UI/UX 변화가 아니라, 업무와 시스템 사이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 이런 변화는 웹케시의 제품군에 어떻게 적용될까?

▲ 웹케시는 B2B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그동안 기업 자금관리(CMS), 기업뱅킹 시스템, 경리나라 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이들 대부분이 화면 중심의 전통적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다. 이제 이 시스템들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하는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CMS 시스템인 '브랜치'에 에이전트를 결합해 운영할 예정이다. 자금 담당자가 직접 수많은 버튼을 클릭해 잔액을 조회하거나 보고서를 만들던 구조에서, 이제는 “지난달 법인카드 지출 내역 보여줘”라는 자연어 명령으로 업무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지역화폐에도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이 지역화폐의 유통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업종별, 지역별, 연령대별 등을 자연어로 질의하면 데이터가 나온다. 이를 가지고 지역화폐 정책 전략을 수정하면서 감춰진 국민 수요를 맞춰줄 수 있다.

자금 흐름의 이상 여부나 월별 지출 추이를 자동 분석해주는 기능 등 브랜치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기존 제품에 AI가 붙는다는 건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제품의 가치와 역할이 재정의되는 것이다.

- '에이전트 온리' 제품도 나온다고 들었다.

▲ 기존 시스템에 에이전트를 결합하는 것에서 나아가, 순수하게 기존 시스템없이 에이전트만으로 운영되는 제품이 에이전트 온리다. 대표적인 게 AI CFO다. 사용자가 자금 관련 업무를 자연어로 지시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이해하고 자금 데이터를 조회하고, 필요한 판단을 내려 제안하고, 실행까지도 한다. AI CFO는 현재 학습 단계이고 보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수시입출금과 예·적금, 대출, 외화, 카드, 퇴직연금, 전자세금계산서 등의 데이터 학습을 마쳤다.

AI CMS(자금관리), AI 뱅킹(에이전트뱅킹), AI MIS(경영정보)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AI 전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에이전트는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제안한다.

- 웹케시의 AI에이전트를 통한 전략이 궁금하다.

▲ 초거대언어모델(LLM)은 정말 많은 정보를 학습했고, 사람의 말도 잘 인식하지만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LLM이 여행 계획을 짜더라도 그대로 사용할 순 없다. 그래서 LLM이 전체 업무의 80%를 해결한다고 보고, 나머지 20%를 전문 기업이 채워야 한다고 본다. 그게 바로 웹케시의 역할이다. 우리는 금융 도메인에 특화된 AI를 학습시키고, API와 전통적 머신러닝 기법을 적절히 조합해 진짜 실무에 쓸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든다.

예컨대 은행의 정산 방식, 기업의 회계 규칙, 세금 분류 체계 등은 각 기관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이를 LLM이 전부 학습해서 처리하기는 어렵다. 그 틈을 메우는 게 AI에이전트다. 웹케시는 AI를 단순히 똑똑한 기술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들고 있다. 이를 금융, 공공 현장에서 실제 업무에 접목해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여러 가지 LLM 모델이 있다. LLM 모델은 각 고객사 상황과 전략에 맞게 택하면 된다. 어떤 LLM을 도입해도 LLM이 모든 걸 다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남은 부분을 채워주는 게 AI에이전트다.

- 실제 현장에서 AI 에이전트를 도입 후 생겨날 변화가 궁금하다.

▲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이 하는 일'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가야 했다. 예를 들어 법인카드를 분실했다면, 메뉴를 찾고 안내된 절차를 따랐다.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자연어로 “카드 분실 처리해줘”라고 말하면 된다. 그 안에서 필요한 인증이나 확인 절차만 거치면 나머지는 모두 에이전트가 처리한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 개념이 아니다. 자동화는 사람이 설정한 절차를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지만,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흐름을 구성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업무의 패턴뿐 아니라 형태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 기술 외에도 중요한 건 결국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비즈니스 전략은 무엇인가?

▲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존 제품군에 AI 기능을 붙여서 고도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매출 향상과 이어진다. 50~100% 매출 증가가 될 것이다. 그만큼 웹케시가 높은 성능과 가치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웹케시가 진출하지 않았던 시장을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시장이 넓혀지면서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I 시장은 아직도 초기 시장이다.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 수익모델로 진화할 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수익모델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실행하는 소프트웨어가 살아남을 것이다. 단순한 구조의 저렴한 소프트웨어는 도태될 것이다. 우리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상품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 AI 에이전트 기술을 금융회사들이 직접 내재화할 수도 있지 않나?

▲ 충분히 가능은 하다. 하지만 비용과 시행착오 부담이 클 것이다. 금융사는 이미 AI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건 어렵다. 웹케시는 그동안 AI에이전트에 대한 고민과 투자를 해왔다. 우리는 은행에 파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기능 고도화를 해왔다. 그래서 은행과 협업이 가능한 모델까지 나온 것이다. 금융사 자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 웹케시 내부적으로는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나?

▲ 웹케시가 이를 처음 고민한 것은 2018~2019년 무렵이다. 당시에는 음성 인식률이 낮고, 사투리 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챗GPT가 등장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언어모델의 인식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고, 웹케시가 준비해온 AI 에이전트가 실현 가능해졌다. 본격적인 에이전트 개발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자체 AI 학습 환경을 구축했고, 보급형 GPU를 기반으로 GPU 센터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가 인터넷뱅킹, 가상계좌로 세상의 연결성을 바꾼 것처럼, 인터페이스 변화로 소통 방식, 나아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 이같은 선진화된 기술을 고객사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이미 다 보급돼 있다. 스마트폰과 PC는 누구나 갖고 있고, 앱을 설치해 쓰는 방식도 익숙하다. AI 에이전트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앱이자 인터페이스다. 사람들은 편리하면 쓴다. 챗GPT가 등장했을 때, 답변의 오류와 실수가 나오는 환각 현상을 보고 사람들이 기피했으나,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챗GPT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검색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초기엔 우려가 적은 사람부터 쓰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서 확산되는 구조다.

실제 웹케시는 은행과 활발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 은행은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은행 한 곳이 도입하면, 다른 은행들도 모두 따라올 것이다.

-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큰 변화를 줄 것 같다.

▲ 소프트웨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방식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말로 일하는 소프트웨어 시대'가 오는 것이다. 기존 소프트웨어는 화면 중심 구조였고, UI/UX 설계, 화면 디자인, 기능 단위 개발이 핵심이었다. 인터페이스가 변하면 이제 이런 역할은 사라지고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웹케시 역시 내부 인력에서 UI/UX 디자이너 등의 역할을 줄이고 이들을 에이전트에 맞게 인력 재배치를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웹케시의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 웹케시는 이제 AI 회사다. B2B 중심의 핀테크 기업에서 '금융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기업의 업무를 실제 수행해주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CMS, 경리나라, 복지관리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제품군은 앞으로 AI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다.

◇윤완수 웹케시그룹 부회장은…

부산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남은행에서 금융 경력을 시작한 후 웹케시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국내 최초로 편의점 ATM, 가상계좌, 기업인터넷뱅킹, 기업자금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B2B 금융 IT 혁신을 주도해왔다. 웹케시 대표이사,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웹케시그룹 부회장으로서 그룹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대한민국 신성장 경영대상, 국무총리 표창, 국가지속가능경영 대상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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