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에서 ‘다중 코어’ 블랙카본 입자 확인

2025-12-3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불 연기 속 블랙카본(BC) 입자가 기존 기후모델에서 가정해온 단일 코어 구조를 넘어, 하나의 입자 안에 두 개 이상 코어를 갖는 ‘다중 코어’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콩 교육대학교(EdUHK)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장거리 이동한 산불 연기에서 관측된 다중 코어 BC가 빛 흡수를 강화해, 실제 관측치 대비 BC의 흡수가 지속적으로 과소평가돼 온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기후 시뮬레이션에서 BC는 통상 코어-쉘(core-shell) 구조로 단순화돼 왔다. 즉, 입자 중심에 단일 탄소 코어가 있고 그 바깥을 외부층이 감싸는 형태다. 그러나 연구팀은 장거리 운송된 산불 연기에서 관측한 BC 중 약 5분의 1(21%)이 두 개 이상의 코어를 포함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직경 400나노미터(nm) 이상의 큰 입자에서 이러한 다중 코어 특성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윈난성 산불 시즌 현장조사와 첨단 전자현미경 분석을 결합해, 입자들이 대기 중에서 충돌·병합하면서 하나의 입자 내부에 여러 코어가 모인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코어 직경이 200nm를 넘는 사례도 관측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또한 연구는 기존 지구 기후모델이 반영하지 못했던 다중 코어 에어로졸이 BC의 광학적 성질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실제 측정치와 비교했을 때 BC의 빛 흡수가 약 50%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과소평가되는 현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석 저자인 첸 시야오 박사는 “BC의 혼합 상태는 기후 영향을 이해하는 데 기본 요소”라며 “응집과 다중 코어 구조를 무시하면 BC의 역할을 정확히 평가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다중 코어 BC의 영향을 수치로 옮기기 위해 연구팀은 ‘흡수 향상’을 모사하는 기계학습(ML) 에뮬레이터를 개발해 글로벌 대기모델에 통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다중 코어 BC는 전 세계 평균 BC 흡수율을 19%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증가 효과는 산불 영향이 큰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으며, 연구진은 동남아시아, 중국 남서부, 티베트 고원, 남부 아프리카, 북미 등을 주요 지역으로 제시했다. 교신저자인 저장대 리웨이쥔 교수는 “나노 규모 관측을 통해 산불 및 도시 환경 모두에서 풍부한 다중 코어 BC가 확인됐다”며 “알고리즘을 개선해 향상된 광학 흡수를 시뮬레이션하고 온난화 기여도를 정량화함으로써 BC의 기후 영향을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불이 점점 더 치명적이고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연구 배경으로 들었다. 연구진은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리 자료를 언급하며, 1980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낸 200건의 산불 가운데 절반(피해액 10억 달러 이상)이 최근 10년 동안 발생했다고 전했다.

대기모델링 구성 요소에 참여한 조셉 칭(EdUHK) 박사는 “입자 수준 측정, 광학 시뮬레이션, 지구 기후모델링, 기계학습을 결합한 통합 접근이 BC의 온난화 효과 이해를 진전시키고 복사강제력을 더 정확히 평가하는 데 기여한다”며 “더 효과적인 기후정책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기후모델이 전 지구 복사강제력 평가 정확도를 높이고 배출 저감 전략을 정교화하기 위해, 블랙카본의 ‘다중 코어 혼합 상태’를 명시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공동 저자인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콥슨 교수도 블랙카본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기여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완화 노력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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