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메타의 ‘억 소리’ 나는 AI 인재 영입전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와 구글 등 경쟁사에 뒤진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지능(ASI) 연구소’ 설립을 선언하고 인재 사냥에 나섰다. 심지어 오픈AI 직원들에게 저커버그가 개인적으로 연락해 최고 1억 달러(약 1368억 원)의 보너스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탈자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오픈AI도 이제는 샘 올트먼 CEO를 포함한 임원진이 24시간 내내 이직 제안을 받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걸고 뺏고 빼앗기는 빅테크들의 인재 쟁탈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들은 중국계 연구자들이다. 메타는 오픈AI에서 중국계 AI 전문가 최소 5명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도 칭화대 출신 AI 전문가 2명을 영입하며 중국계 두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인재 쟁탈전에서 스타로 떠오른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 역시 중국 이민자 2세다. 메타가 스케일AI를 143달러(약 19조 5000억 원)에 사들인 게 바로 왕 창업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메타는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왕 창업자는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를 이끌 예정이다.
이렇듯 국경을 넘어서는 인재 선점 경쟁에서 안타깝게도 한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마르코폴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톱 AI 연구자 중 중국계 비중은 26%로 미국(28%)에 이어 2위다. 반면 우리는 그나마 있는 AI 인재도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HAI) 연구소가 올 4월 발표한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입수 -0.36명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의 AI 연구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빅테크의 AI 인재 쟁탈전 소식이 들려오기 얼마 전 한국이 AI 구독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5월 오픈AI가 한국 법인 설립을 결정하면서 한국의 유료 구독자 비율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밝힌 것이다. 격변하는 AI의 시대, 올라타지 못하면 한국은 영원한 구독자로 남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