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티파는 미국 내 파시즘과 인종주의 반대해온 좌파 운동
ABC 방송 간판 심야 토크쇼 진행자 키멀 발언 문제삼아
찰리 커크 암살 계기 좌파 진영 상대로한 전면전 거세져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파시즘과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과 관련한 발언으로 보수 진영의 집중 포화를 받은 ABC방송의 심야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도 이 날 무기한 방송 중단을 통보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온 커크의 암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좌파 진영을 상대로한 전면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미국의 많은 애국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알린다. 나는 안티파, 즉 병들고, 위험하며, 급진적인 좌파 재앙을 주요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다"고 썼다. 이어 "또한 나는 안티파에 자금을 대는 자들에 대해 최고 수준의 법적 기준과 관행에 따라 철저히 조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안티파 운동에 대한 자금추적 등 사법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안티파는 미국의 반파시즘·반인종주의 성향을 내세운 좌파 운동으로, 중앙화된 공식 조직이나 리더십, 본부는 존재하지 않고 자발적인 정치 활동가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대체로 극우, 백인 우월주의, 신나치주의 등에 반대하며 시위, 연설, 선전, 인터넷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해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커크 암살을 자신들에 사사건건 반대해온 급진 좌파의 폭력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단속 등 전면전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평소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해온 심야 토크쇼도 커크 암살과 관련해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난한 발언을 이유로 무기한 방송 중단에 들어갔다. ABC 방송은 간판 심야 토크쇼인 '지미 키멀 라이브'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이 날 저녁 발표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까지 나서 진행자인 키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규제 기관이 ABC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지 몇 시간 뒤 방송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파문을 불러일으킨 키멀의 발언은 지난 15일 방송 오프닝에서 나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주말에 새로운 바닥을 쳤다. 마가 집단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청년을 자기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몰아가려 필사적으로 애쓰며, 정치적 점수를 따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보수 활동가들은 이 발언을 두고 비난을 퍼부으며, 키멀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의 정치적 성향을 잘못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타 검찰은 로빈슨이 개인 메시지에서 커크의 '혐오'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커크의 어떤 견해를 '혐오'로 규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로빈슨의 어머니는 검찰에 아들이 최근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으로 기울었으며 '더 친동성애 및 성전환 권리를 지지하는 성향'이 됐다고 진술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곧바로 강력히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터무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영국 윈저성에 머물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를 "미국에 있어 위대한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강경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공동 창립자인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주의 유타밸리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한 뒤 질의응답을 하다 총격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을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고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