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 기는 출산율, 둘 다 잡으려면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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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여러 곳에서 정책 토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때마다 받는 질문이 “새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것이다. 필자는 그때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답한다. 문제는 경기 부양과 저출산이 상충 관계라는 점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푸는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하면 출산율을 오히려 떨어뜨릴 위험성이 크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 배율을 합계출산율과 함께 그린 표를 보면, 경제성장률보다 집값의 상승세가 더 가파를 때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은 “주택 매수에 많은 비용이 들 경우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심화한다”고 진단한다.

한국은행의 설문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국 2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과 주거 여건의 관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이 높아진다는 정보를 접한 집단일수록 희망 자녀 수를 적게 답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특별시나 광역시에 거주하는 응답자일수록 결혼·출산 의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2015년부터 시작된 가파른 출산율의 하락은 강력한 주택 가격 상승 때문이라 보인다.

2015년부터 주택가격이 상승한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가속화한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나,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2010년대 중반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2014년 한 해에만 2만1000명이 수도권을 떠난 데 이어, 2015년에도 3만3000명이 지방으로 이동했다. 강력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심으로 강력한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저금리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 및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탄력이 둔화하자, 2013년부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본격화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2013년 4월 1일 공공 분양 주택 물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주택 경기 부양 대책을 시행한 것도 신축 주택의 희소성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3기 신도시를 지정하며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기는 했지만, 아직 신도시 입주 소식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급박한 경기 둔화의 위험을 억제할 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대대적인 건설 프로젝트를 시행에 옮길 경우, 2010년대 중반의 주택가격 폭등 현상이 재현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출산율의 하락 위험을 고려할 때, 새로운 유형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즉시 1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계의 부영그룹이 직원을 대상으로 이를 시행 중인데, 사회적으로 비슷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생아 1인당 1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 즉각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신생아 특별 대출의 효과까지 가세하면,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신생아 자금 지원이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이도 있겠지만, 2024년 한 해 출생자가 단 24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필요 예산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와중임에도 2025년 교육 예산이 105조원에 육박하니, 교육 예산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도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한 명의 아동이 태어나 성인이 되고 40년간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직접적인 소득 창출만 25억원 이상의 기여를 할 것이다. 참고로 이 계산을 위해 2023년 한국의 근로자 중위 임금 278만원이 연 3% 40년간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소비 한 단위의 증가가 1.719배의 생산을 유발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근로자 한 명의 등장은 생애에 걸쳐 약 43억원에 달하는 GDP 증가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최근 30% 선을 넘어선 것을 고려할 때, 약 13억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수지 맞는 장사라 생각된다.

물론 한국 근로자의 중위 임금이 연 3% 증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추세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집계한 생산성 통계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근로자의 생산 효율은 연 2.3%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에 이른 것을 고려할 때, 근로자 임금이 연 3% 증가한다는 가정이 그렇게 무리한 것 같지는 않다. 정책 당국이 강력한 저출산 정책의 효용을 하루빨리 깨닫는 그 날이 왔으면 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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