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인공지능(AI) 시대 박물관 문화자원과 AI의 연결, 데이터 공유를 위한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 가이드라인 2024’를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공개했다고 8일 밝혔다. 디지털 애셋은 스마트폰·웹·PC 등에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콘텐츠에 적용 가능한 데이터 패키지를 말한다. 표준 가이드라인 제작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함께 제작됐다.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 가이드라인 2024’는 △ 개념 △ 계획수립 △ 데이터 구축 △ 데이터 후처리 △ 데이터 평가 및 검토 △ 데이터 관리 및 활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다양한 산업에 확대활용이 가능하도록 데이터의 생산 프로세스 및 저장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AI 기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대응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박물관 문화자원의 디지털 데이터 표준 정립은 K콘텐츠 제작, 활용 확대 및 K뮤지엄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박물관은 2015년부터 주요 소장품 약 5만 2000 건의 고정밀 데이터를 구축해 왔으며 현재 e뮤지엄을 통해 20만건 이상의 디지털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3D 데이터 약 390건(국보 61건, 보물 128건)을 제작했고 이 중 134건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이어 2022년부터는 소장품을 스캔하여 디지털화하는 것에 더해 디지털 애셋의 취득, 관리, 활용 등 문화자원의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디지털 대전환을 준비해 왔다. 소장품의 기록·보존 중심 데이터에서 한 발 더 나간 디지털 애셋은 범용성과 활용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취지다. 멀티 모달 구조, 다양한 포맷, 메타데이터의 구축은 AI 학습 데이터를 염두에 둔 구조화를 통해 공공 디지털 자산의 실질적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IIIF(International Image Interoperability Framework), EDM(Europeana Data Model) 등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데이터의 공동 활용도 가능하다. 공공 자원으로서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의 강화는 박물관 문화자원의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국내 ICT 및 ICT 융합 분야 표준개발기구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문화유산 디지털 데이터 생성 품질 유지를 위한 제작 지침’ 표준화에도 참여해 생산된 고품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뢰도와 활용성을 높이는 국내 표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감형 콘텐츠와 메타버스, 감각 활동을 위한 전시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자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가사유상의 고품질 애셋은 박물관의 대표 브랜드이자 문화자원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높이 27m 초대형 8K 미디어타워에 구현된 실감콘텐츠 ‘국보 반가사유상’은 화질 저하 없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2023년 iF 디자인어워드 Public Branding 부문 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1년 제페토(ZEPETO)에 구축한 메타버스 ‘힐링동산’은 동일한 품질의 반가사유상 경량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하여 지금까지 약 2970만 명이 방문,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의 ‘공간 오감’에서는 반가사유상을 만지고, 듣고, 느끼고, 나눠 보는 색다른 감상과 학습의 경험을 제공한다. 청각 감상을 중시해 제작한 반가사유상 실감콘텐츠는 공간 음향과 저시력자를 고려한 시각명료화 기술을 적용해 영상을 제작했다. 박물관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반가사유상은 ‘뮷즈 열풍’을 촉발, 문화 소비와 수집 문화에까지 파급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와 기술의 공존과 지속을 목표로 다년간 이어온 기술분야 융합의 성과이다. 2020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협력하여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문화유산 디지털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애셋 구축, 플랫폼 개발, 문화자원 특화 AI 모델 개발 등 연구개발(R&D)을 진행해왔다. 이렇게 구축한 디지털 애셋과 3D 뷰어는 고도화를 거쳐 2025년 9월 이후에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도 주요 소장품의 3D 데이터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반 검색 기술, 지능형 큐레이션 플랫폼 등 연구개발의 성과는 2025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2025년 박물관·미술관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12월 발표 예정인 ‘디지털 애셋 가이드라인 2025’는 AI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 구조 설계를 목표로 단순 활용 가능 데이터를 넘어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데이터’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문화·예술·역사·전통 자원 데이터의 핵심 생산 기관으로 국제 표준을 선도하며 AI 시대 디지털 문화자원 강국으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AI 학습 데이터 확충과 공유 인프라 구축으로 K콘텐츠 산업 생태계 혁신 및 글로벌 표준화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