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차명거래 의혹에 휩싸인 이춘석 의원이 해당 주식들을 매수한 시점이 빠르면 국정기획위원회 합류 직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명 거래 의혹을 넘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 CNS(LG씨엔에스(064400)) 주식은 이 의원의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달 4일 6만 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 A씨의 명의의 계좌로 접속한 미래에셋증권(006800)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확인하고 일부 주식을 분할 거래하는 모습이 포착된 날이다. 카메라에 담긴 잔고에는 LG CNS 420주(4일 종가 기준 2885만 원), 네이버(NAVER(035420)) 150주(3488만 원)가 찍혀있었는데 평가손익과 수익률이 모두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보유 주식이 평가 손실 상태라는 의미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이 의원의 LG CNS 평균 매입 단가가 6만 8700원보다 높다는 얘기가 된다. 주목할 점은 LG CNS 주가가 6만 8700원보다 높았던 시기가 짧았다는 사실이다. LG CNS는 올 2월 5일 코스피 시장에 공모가 6만 1900원에 상장한 뒤 6월 초까지 단 한 번도 공모가를 회복한 적이 없다.
주가는 새 정부가 디지털화폐(CBDC)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블록체인·핀테크 기반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면서 반등했다. LG CNS가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실거래 실험 ‘프로젝트 한강’의 기술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주가는 6월 12일부터 급등해 같은 달 24일 장중 최고 10만 800원까지 올랐고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현재(8월 6일 종가 6만 8200원)에 이르렀다.
LG CNS 주가가 처음으로 6만 8700원을 넘었던 건 6월 16일이다. 당시 시초가는 6만 4500원이었고 7만 1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의원이 LG CNS 주식을 사 평가 손실 상태에 있으려면 이 때가 가장 빠른 매수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정위가 출범한 날이다. 이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의 분과장으로 국정위에 합류했다. 적어도 이 의원이 국정위 경제2분과장을 맡은 이후에 LG CNS 주식을 매수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네이버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6월 17일 20만 6500원이었던 주가는 18일 17.92% 급등한 24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같은 달 23일 29만 5000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6일 22만 8500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경제2분과가 인공지능(AI) 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는 분과라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LG AI연구원이 이끄는 LG 컨소시엄을 국가대표 인공지능(AI)을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LG CNS이 포함됐다. 당시 신영증권은 “어떤 사업자가 국가 AI 사업자로 선정되고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을지와 무관하게 이들에게 시스템 구축·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LG CNS는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만약 이 의원이 위와 같은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LG CNS 주식을 샀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근절하겠다고 한 3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이 의원이 내부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했거나 시세차익을 위해 AI 국가대표 선정에 관여했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범죄행위로 즉각 수사해야 한다”며 “더욱이 이 의원 혼자만 이같은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국민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서 사임,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