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염소고기, 건강식으로 맹신하기보다는 개인별 체질 고려한 선택이 중요”
개 식용을 금지하는 ‘개 식용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여름철 보양식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대표 보양식으로 자리했던 보신탕 자리를 대체할 음식으로 염소고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염소탕, 염소전골 등을 주력 메뉴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서울 도심에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염소고기 수입 검역량은 2021년 2027t에서 2023년 8349t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이 같은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귀한 고기’라는 이미지와 고단백·저지방이라는 특성이 맞물리며 염소고기는 새로운 건강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단백·저지방이지만…포화지방 비율 ‘高高’
염소고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높은 단백질 함량이다. 삶은 염소고기 100g에는 약 29g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소고기(26g) △돼지고기(25~31g) △닭고기(25g) △오리고기(29g)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지방 함량 역시 눈에 띈다. 염소고기는 100g당 약 14g의 지방을 포함하고 있어 소고기(27g)나 오리고기(17g)보다 낮은 편이다.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염소고기의 전체 지방량은 적지만 그 안에서 포화지방의 비율은 소고기 다음으로 높다. 트랜스지방 함량도 유사한 수준이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염소고기에는 철분, 아연, 칼슘 등 주요 미네랄이 비교적 풍부하다. 이들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염소고기를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염소고기를 미네랄 보충용으로 따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고기 종류보다는 기름기 적은 부위 선택과 지방 섭취 조절이 건강한 식생활의 핵심이다.
고혈압이나 통풍 병력이 있는 사람은 염소고기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염소고기처럼 몸에 열을 높이는 음식을 먹으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혈압이 오를 수 있다. 특히 통풍이 있는 경우 염소고기 속 단백질이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증상이 없어도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대체 보양식은?…“맞춤 선택이 중요”
염소고기가 체질상 맞지 않거나 건강상 부담스럽다면 다른 재료를 활용한 보양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지방 함량이 적고, 특별한 체질 제한 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섭취할 수 있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적합하다.
장어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타민 A·E, 단백질, 무기질도 풍부해 여름철 기력 회복에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염소고기를 건강식으로 맹신하기보다는 개인별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영양학 전문가는 “염소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은 적지만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건강상 주의가 필요한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양식은 단순히 특정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내 몸에 맞는 식재료를 얼마나 균형 있게 섭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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