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교육 강화 측면 있어...실제 처벌 및 범죄 근절 효과 살펴봐야
피의자 10·20대 대다수...범죄 인식할 수 있는 교육 강화 필요
피해자 보호 위한 딥페이크 영상·사진 삭제 지원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증가하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장수사 확대를 통한 수사 역량 강화와 함께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역량 강화만으로는 범죄 근절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관계부처간 협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겹지방 사건 이후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에 대한 대응이 강화되고 청소년 대상 관련 교육이 강화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엄벌이 이뤄졌거나 기소, 송치 등이 잘 이뤄졌는지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실제 엄벌이 이뤄지거나 범죄 근절 효과가 있는지는 시일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겹지방 사건 이후 경찰 수사가 불충분했던 부분을 인지하고 대응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 교육이 강화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판단했다.
수사에 있어서는 위장 수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찰은 올해 6월부터 성인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도 위장수사가 허용되고 있다. 다만 위장 수사는 범행이 실행되고 있거나 실행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범인 체포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해 실시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위장수사 확대를 통한 수사 역량 증진이 필요하다"며 "해외 서버 우회나 메신저 사용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으나 수사관 자체 역량을 키우고 위장수사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와 20대가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특성에 맞춰 예방 교육과 교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거된 피의자는 총 709명이며 연령대별로는 10대가 422명으로 59.5%를 차지했다. 이어 ▲20대 225명(31.7%) ▲30대 44명(6.2%) ▲40대 11명(1.6%) ▲50대 이상 7명(1.0%) 순이었다.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청소년 피의자가 많은 점을 볼 때 이들에 대한 교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집단 내 문화처럼 퍼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경찰관 뿐 아니라 관계부처가 종합적으로 나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사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피의자 대부분이 디지털 접근성이 뛰어난 10대 20대인데 이들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범죄이며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 사진 등에 대한 삭제 조치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반적인 범죄 근절을 위한 범정부 협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현재 영상, 사진 삭제는 경찰청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센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이뤄지고 있다. 또는 경찰이 SNS 등 유포된 사이트에 직접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상 삭제 또는 접속차단 관련 절차에 대해 피해자에게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1만535건의 피해영상물에 대한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피해자 지원을 연계하는 등 피해자 보호활동도 추진했다.
민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고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영상, 사진이 유포될 가능성이 있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피해자 지원과 함께 영상, 사진을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만의 노력으로는 범죄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기관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