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빵’ 열풍 속 동네 빵집 한숨… “고가·저가품 공존해야”

2025-09-01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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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유튜버 ‘저가 빵’ 인기 불붙여… 도내 제과점 ‘씁쓸’ 재룟값 뛰고 가격은 제자리 영업이익률 6.3% 불과 ‘진퇴양난’

“빵 장사 어렵지만, 원재료와 정성에 타협은 없습니다.”

1일 수원특례시의 한 제과점 진열대에는 2천500원 소금빵부터 4천원대 빵까지, 50여 종의 수제 빵이 시식용과 함께 가득 차 있었다. 사장 김기흥씨(74)는 냉동 반죽을 쓰지 않고 34년째 같은 자리에서 빵을 구워왔다.

그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빼면 순수익이 8% 남짓”이라며 “100만원을 벌어도 8만원이 남는 셈인데, 손님이 줄어드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유명 유튜버가 내놓은 ‘990원 소금빵’ 팝업이 큰 인기를 끌며 저가 빵 열풍을 일으켰지만, 경기지역 동네 빵집들은 부러움보다 씁쓸함을 토로하고 있다. 저가 경쟁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원가와 임대료 부담에 신음하는 지역 제과점의 현실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1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에서 문을 닫은 제과점은 1천74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3천591곳이 폐업하며 하루 평균 10곳꼴로 문을 닫았다. ‘동네 빵집’ 폐업률은 2022년 13.8%, 2023년 15.9%, 지난해 18.5%로 매년 증가세였다.

주된 이유는 운영비·인건비에 대한 부담과 원재료값 상승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제빵 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하루 14시간 이상 문을 여는 빵집은 13.8%에 달했다. 인력 의존도가 높고 영업시간은 길어 운영비가 불어나는 통에 영업이익률도 6.3%에 그쳤다. 이는 치킨집(9.5%)이나 커피전문점(7.2%)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까지 겹치다 보니 영세 매장들은 견딜 여력이 없다. 빵은 밀가루·설탕 등 주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환율이 오르면 곧장 원가가 뛴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원가 인상분을 어느 정도 흡수하거나 가격에 반영할 수 있지만, 동네 제과점은 손님 이탈이 두려워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그만큼 경영 압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990원 빵’ 열풍을 단순한 이벤트로만 볼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급 원재료로 비싼 빵을 만드는 방식과, 가격을 낮춰 대중성을 겨냥하는 방식이 공존해야 하며, 무엇보다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초저가 빵 인기는 일시적 이벤트로 보일 수 있지만 식품 가격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서는 고급 제품과 가성비 제품이 함께 공존하도록 물가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빵·곡물 가격은 6.6% 상승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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