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에는 아직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이 느껴지면 문득 한 해가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서일까, 9~10월이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안내하는 기본검진 및 암 검진을 받으려는 수검자들로 병원은 바빠진다. 나이에 따라 검사 항목은 차이가 있지만, 만 40세부터 2년마다 받을 수 있는 상부위장관내시경(위내시경)은 수검자 대부분이 검사를 받는 항목 중 하나다. 검사 시행 후 결과지를 받으면 다양한 질환명이 적혀 있지만, 용어가 어렵다고 걱정하지 말자. 많은 소견은 상부위장관(식도·위·십이지장)의 현재 상태를 기술해 놓은 것이고, 위험하거나 추가 검사 및 처치가 필요한 것은 병원 진료를 받으라는 설명이 적혀 있으니 그대로 시행하면 된다. 이번엔 위내시경 검사 소견 중 흔하지만 낯선 용어들을 살펴보려 한다.
한 번 장상피 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가장 많은 소견은 위축성 위염이다. 위의 단면을 보면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에서 음식물이 들어와 접촉하는 면은 점막으로 덮여 있다.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위벽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다양한 물질이 분비된다. 우리는 위벽을 공격하는 물질들을 섭취하므로 나이가 들수록 점막이 얇아지는 걸 피하기 어렵다. 만약 매일 흡연하거나 주 2~3회 과음한다면 위 점막은 더 빠르게 위축된다. 짠 음식도 위 점막에 좋지 않다. 국물이 많은 한식이나 외식·배달음식의 잦은 섭취는 위축성 위염이 발생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위를 보호하는 점막이 충분하지 못하면 자극적인 물질이나 공격인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위축성 위염이 심한 환자의 위내시경 사진을 보면 얕게 상처가 난 피부가 방치된 듯한 느낌이 든다. 위축성 위염이 심해도 대부분의 환자는 속쓰림이나 복통 같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처럼 더 심한 손상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위축성 위염이 위험한 이유는 점막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부위가 공격에 취약해 추후에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번 위축된 점막은 회복되기 어렵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싱겁게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경미한 위축성 위염은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 소견이 나왔다고 해서 걱정하기보다는 앞으로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흔한 소견은 장상피화생이다. 용어가 다소 어렵지만, 위의 상피세포가 누적된 자극으로 변성돼 장상피가 된 것을 말한다. 한 번 장상피가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장상피화생은 주로 노년층에 많지만, 음주·흡연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젊은 층에서도 생길 수 있다. 장상피화생은 위축성 위염보다 조금 더 주의해서 봐야 하는 소견이며, 1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부위에서 위암과 같은 악성 종양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장상피화생도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위장 증상은 거의 없으며 평소의 식생활 습관 및 음주·흡연 여부가 중요하다. 짠 음식과 햄,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육가공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은 식후나 공복의 명치 통증, 속쓰림이 주된 증상이다. 검진으로 발견하기보다는 아파서 외래진료를 본 뒤 위내시경 검사를 해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위 점막뿐만 아니라 그 아래층까지 상처가 나서 깊게 팬 것이 궤양이다. 생긴 위치에 따라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으로 나눌 수 있다. 궤양이 발견되면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는데, 궤양의 큰 원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만약 위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이 관찰돼 헬리코박터 검사를 했는데 균이 나오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권한다. 제균 치료 약은 먹기 다소 힘들다. 1차 제균 치료가 되지 않으면 2차, 3차까지 약을 바꿔가면서 균을 치료해야 하므로 환자 중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는 궤양뿐만 아니라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가 되기 때문에 복용이 어려운 초고령층이 아니면 복용해서 균을 없애야 한다.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고 제균 치료를 한 다음 균이 없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2차 제균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껴 균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의 제균으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많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위내시경 검사,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받아야
위내시경의 주목적인 위암 검진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한다. 검진으로 위암이 발견되는 빈도는 다른 질환에 비해 높지 않지만, 치명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복통으로 내원하기보다는 갑자기 몇 개월 사이에 4~5㎏의 체중이 줄어 오는 경우가 흔하다. 내시경에서 위암이 발견된 분들의 증상으로 속쓰림, 소화불량이 있다. 한데 그 증상은 간헐적이지만, 체중 감소는 환자 대부분에게서 관찰된다. 따라서 이유 없는 체중이 감소한다면 미루지 말고 내원해 의료진과 상담한 뒤 위내시경을 포함한 여러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심한 장상피화생이나 위축성 위염이 있는 부위에서 위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첫 내시경에서는 위궤양으로 진단했지만, 조직검사에서 위암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위 용종도 흔히 발견되는 소견인데, 대장 용종과는 다르게 위험하지 않은 양성 종양인 경우가 많다. 위 용종은 위점막에서 자라난 혹처럼 생긴 덩어리를 말하며, 많은 경우 위의 윗부분과 중간 부분에 생긴다. 위치와 크기, 모양을 보고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 용종의 일부를 떼 검사를 하고 결과가 양성 종양으로 나올 때는 제거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면서 변화 양상을 살핀다. 용종이 하나가 있든 여러 개가 있든 위장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조직검사에서 악성이 나오지 않는 한, 추적검사에서 갑자기 크기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 한, 내버려두면서 추적 관찰한다.
병원에서 자주 하는 검사 중 하나인 위내시경 검사는 식도와 위, 십이지장을 얇고 긴 내시경 도구를 사용해 관찰한다. 검사받을 때 구역감을 느껴 힘들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많아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검사받을 것을 추천한다. 검진을 한 번 건너뛰고 4년 만에 검사한 경우 결과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종종 있다. 결과에 따라 6개월 뒤 혹은 1년 뒤 재검을 권고하는 경우는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의사의 소견이 들어가 있는 것이므로 해당 기간에 맞춰 검사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2010년 이후로 감소 추세인데, 헬리코박터 제균 및 공단 위암 검진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나절만 시간을 내면 내 건강을 지킬 수 있으므로 올해 검진 대상자라면 서둘러 위내시경 검사를 예약하도록 하자.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