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슈+] "살면서 가장 잘한 일"⋯20년 차 위탁부모에게 듣다

2025-05-21

용기와 사랑이 다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가정위탁

20년째 하는 김진호 씨, 힘들지만 행복은 그 이상

"가정위탁,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부모가 돼 주세요."

올해로 20년째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 위탁 부모로 활동 중인 김진호(70·가명) 씨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가정위탁'을 꼽았다. 해 보지 않았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한 아이를 위탁한다는 것은 단순한 돌봄의 역할이 아니라 한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다 보니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용기 만으로는 할 수 없는, 용기와 사랑이 다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김 씨는 20여 년 동안 하고 있다.

20년 전이지만 김 씨는 지금도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한다. 김 씨 부부는 젊었을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그때 아내의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 아이는 그 어린이집 원생이었다.

김 씨는 "어떤 사명감을 느껴서 한 것은 아니다. 40세 된 홀애비가 직업도 없고, 매일 술에 절어서 오토바이로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데 너무 위험해 보였다"면서 "위탁해서 데리고 온 건 아니고 친부와 이야기를 통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한 2개월쯤 지났을때 친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치른 뒤 친부 가족들이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짐도 다 정리했지만 일주일 뒤 키울 사람이 없다며 다시 아이를 데리고 왔다. 당시 막막하긴 했지만 이미 약 2개월을 같이 지냈던 터라 정이 들어 키워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위탁부모가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와 지내는 모든 과정이 기쁨이고 보람이었다는 김 씨. 지천명(50세)의 나이에 막내가 생긴 김 씨 부부는 모든 게 새로웠다. 바로 위 형과 나이 차이만 23년으로 이미 아이를 키운 지 23년이 된 터라 모든 게 다 새롭게 느껴졌다.

그는 "우리가 아이를 키웠던 경험이 너무나 까마득해서 다 잊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막내(위탁아동)가 걸음마를 했을 때, 엄마·아빠라는 말을 처음 했을 때, 유치원·학교에 들어갈 때,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웠다"고 했다. 늦게 본 막내지만 김 씨 부부 삶의 윤활유가 됐다. 인터뷰 내내 아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다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항상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위탁아동은 뭐든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보니 통장·여권·휴대전화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수술 동의서 쓰는 것도 위탁부모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김 씨는 "사실상 위탁부모에게 부모의 책임과 의무만 주어졌지, 권한은 아무것도 주어진 게 없다"며 "일부 지역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의 부정 사용을 확인한다는 목적 하에 6개월마다 지출 내역을 정산하도록 한다. 이게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고 토로했다. 정산이 귀찮고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식구 4명이 같이 외식을 해서 6만 원을 쓴다면 1만 5000원에 대한 비용만 청구하는 방식이다. 한식구가 함께 밥을 먹어도, 함께 돈을 써도 따로 계산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마다 위탁부모나 위탁아동이나 괜한 미안함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급비 증빙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일부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위탁가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안 좋은 인식이 남아 있다. 그는 "가정위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문제인 듯하다. 아직도 일부 사람은 '그거 하면 얼마나 줘요?', '돈 많이 받아요?', '그것 때문에 양육해요?'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 기분이 상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크다.

그는 "현재 정부의 방침이 시설보다는 가정에서의 위탁, 양육으로 바뀌고 있다. 많은 가정이, 젊은 가정이 함께 해 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면서 "지금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가정의 어려움으로 위탁부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심과 사랑이 아이들에게 내일을 꿈꾸게 하고 행복을 만들어 준다. 우리 사회에는 빛이 될 일이다. 아이는 낳은 정도 크지만 기른 정도 그에 못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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