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 EPI 2025에서 일본은 123개국 중 96위
2011년 14위에서 14년 만에 최하위권 추락
“일본은 영어 사용의 필요성 자체가 낮다”

일본의 영어 능력이 올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일본 영어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 교육기업 에듀케이션퍼스트(EF)가 최근 공개한 ‘2025 영어능력지수(EF EPI)’에 따르면 일본은 비영어권 123개국 중 96위를 기록하며 ‘매우 낮음(Very Low)’ 등급에 머물렀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64위), 스리랑카(73위), 몽골(95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220만명의 비영어권 성인이 응시한 EF SET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네덜란드가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유지했으며, 한국은 48위, 중국은 86위에 올랐다.
일본은 2011년 EF EPI 첫 조사에서 1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속했으나, 이후 조사 대상 국가가 늘고 교육 성과가 정체되면서 순위가 꾸준히 하락했다. 일본 매체 닛폰닷컴은 “첫 조사 당시 참여국은 40개국에 불과했지만, 국가 수가 늘면서 일본의 상대적 위치는 지속해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EF 보고서는 일본 학습자의 영어 능력 패턴을 “이해는 하지만 활용은 못 하는 구조적 약점”으로 규정했다. 읽기·듣기 능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말하기·쓰기는 현저히 떨어졌으며 대도시와 지방의 격차, 젊은층의 저조한 성적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18~25세 청년층이 전 세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사실이 교육계에 충격을 줬다. 보고서는 “학교 교육과 온라인 학습 등 영어 노출 기회가 많았던 세대임에도 실질적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적 하락 배경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교수법, 개편되지 않은 중등 교육과정, 기술 의존 확대 등을 지목했다. 전 일본 JET 프로그램(어학 지도 등을 행하는 외국 청년 유치 사업)강사인 케이틀린 퍼저는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초등 5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던 것을 2019년에 3학년으로 앞당겼지만, 중학교 커리큘럼은 그대로여서 학생들이 4년간 배운 내용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업은 문법·쓰기 정확성에만 치우쳐 지루하고, 실수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부족해 말하기 학습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마코토 홋카이도 분쿄 대학교수는 “일본에서 영어는 여전히 ‘필요하지 않은 언어’”라며 “국내 시장 규모가 커 기업 활동에서 영어 요구도가 낮고,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대체재가 되면서 학습 동기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요인도 제기됐다. 퍼저는 “엔저와 임금 정체로 해외 연수·사교육 기회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EF EPI 발표 이후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매체 저팬투데이는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간단한 대화조차 어렵다. 고교 영어 수업의 80%가 일본어로 진행된다.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영어에 대해 일본어로 듣는’ 구조”라는 비판이 올라왔다.
또 다른 이용자는 “10년 안에 영어는 선택과목이 될 것이다. AI 번역이 영화 <스타트렉> 속 ‘유니버셜 번역기’처럼 발전하는데 영어를 왜 배워야 하나”라며 교육 시스템의 동기 부여 실패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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