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벗고 섬 들어간다…IT업계 떠난 차도녀의 반란

2025-06-04

“제가 이렇게 180도 달라질 줄 몰랐어요. 10년 전에 주말이면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전시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자연인이 됐어요. 다른 여가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산에만 있거든요.”

‘여행의 명수’를 자처하는 트래블 마스터즈 김명수(41) 대표가 말했다. 트래블 마스터즈는 등산, 백패킹, 다이빙, 노르딕 스키 등 다양한 아웃도어를 아우르는 여행 에이전시다. 10년 전 그처럼 아웃도어에 처음 입문하거나 ‘자립 준비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아웃도어로 인도하는 프로그램이 주된 비즈니스다.

지난 3일, 그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879m) 트레일을 찾았다. 아웃도어 전문 여행사 대표가 꼽은 ‘6월에 추천할 만한 산’이다.

축령산은 북서쪽으로 2㎞ 떨어진 서리산(832m)과 마주 보고 있다. 남쪽에 자리한 자연휴양림에서 올라 축령산과 서리산 정상을 차례로 찍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면 8.7㎞ 삼각 트레일(trail)이 완성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4시간30분 내지 5시간30분이 걸린다. 축령산은 서울 도심에서 1시간 거리. 이른 아침에 자가용으로 이동한다면 한나절 ‘원점 회귀’ 산행으로 딱이다.

6월 초, 축령산·서리산에 가면 볼 게 많다. 숲을 이루는 수종이 다양하고, 그래서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정갈하게 늘어선 일본목련 군락, 빽빽하게 숲을 이룬 잣나무 숲, 뽀얗게 얼굴을 내민 구상나무 새순, 알싸한 향기가 진동하는 개회나무와 층층나무 군락 등이다. 다만 서리산 정상 동산을 이룬 철쭉은 지고 없었다. 그래도 100m 이상 이어지는 철쭉 터널이 무더위를 식혀 준다.

휴양림 입구 매표소를 기준으로 가장 위에 자리한 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축령산 방면으로 올랐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 축령산을 먼저 만나고, 시계 방향으로 돌면 서리산을 만난다. 오전 7시. 숲은 진공 상태처럼 고요했다. 휴양림 야영장에서 밤을 보낸 캠퍼를 빼면 아무도 없었다. 이른 아침 숲의 향이 더 진하다.

캠핑장을 지나자마자 큼지막한 잎사귀를 자랑하는 일본목련 군락이 나타났다. 어림잡아 수령은 30~40년 정도다. 좌우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일본목련 군락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두침침한 소나무 숲에 비해 하얀 나무둥치와 싱그러운 잎사귀에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그 아래를 지나는 것만으로 생기가 돋았다.

목련 군락은 축령산 트레일에서 만나는 첫 번째 오르막이다. 제법 가파르다. 여기서 산 능선까진 약 10~15분 쉼 없이 올라야 한다. 이후 능선에 오르면 전망이 트인다. 남양주 동쪽 수동면의 민가와 포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