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저출생 기조에도 키즈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식음료업계는 '골드키즈'를 위한 맞춤형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키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모와 가족의 프리미엄 소비 집중이 키즈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 출생아 수는 소폭 반등…키즈산업은 여전히 고성장
30일 통계청의 ‘2024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천300명으로 전년 대비 8천300명(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천420명을 기록한 이후 8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2017년에는 30만명대로 떨어졌고 2020년부터는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역시 2015년 1.24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하락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0.03명 상승하며 소폭 반등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의미하며, 인구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다소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용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9년 2천854억원에서 2023년 3천293억원으로 약 15.4% 성장했다. 출생아 수 감소 속에서도 키즈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국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568만명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골드키즈’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키즈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가정당 자녀 수가 적고 귀한 만큼, 프리미엄 소비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데이터 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은 2012년 210억달러에서 2025년 437억6천만달러(약 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부모·가족의 소비 집중…‘텐포켓’ 문화로 확대
키즈산업의 수요자는 유아와 아동이지만 구매 결정자는 부모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상황에도 부모는 자녀를 위한 소비는 줄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조부모, 삼촌·이모, 지인까지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10 Pocket)’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 향상도 주요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부부 맞벌이 가구 비중은 2018년 47.5%에서 2023년 58.2%로 증가했고,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소득은 전년 대비 7.0% 증가한 7천265만원에 이르렀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골드키즈(Gold Kids)’와 ‘VIB(Very Important Baby)’에게 집중하는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부들이 자녀를 두는 경향이 늘면서 고소득과 저출생이 맞물리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하림·팔도·풀무원…식음료업계도 키즈 전략 강화
식음료업계도 골드키즈 트렌드에 발맞춰 키즈 전용 제품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11월 어린이식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푸디버디’를 론칭하고 즉석밥, 라면 등 신제품 24종을 출시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자녀를 키우며 느낀 경험을 반영해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나트륨 수치를 일반 라면 대비 낮춰(기존 1천640mg → 푸디버디 1천50~1천80mg),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했다.
당시 출시 4개월 만에 라면 판매량 700만개를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유기 키즈김’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부모님들의 아이들 먹거리 고민을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도는 키즈 음료 브랜드 ‘뽀로로 음료’에 이어 지난달 어린이 전용 탄산음료 ‘뽀로로 톡’ 2종(밀크맛·멜론맛)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았으며, 누적 판매량 8억개를 기록한 기존 뽀로로 음료 라인업과 함께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달 초에는 칼슘을 34% 이상 높이고 나트륨을 낮춘 ‘뽀로로 짜장’을 리뉴얼 출시했다.
팔도 관계자는 “‘골드키즈’ 열풍에 따라 연령별 기호와 입맛에 맞춘 기능성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며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풀무원은 자회사 풀무원푸드머스를 통해 키즈 식자재 사업을 운영 중이다. 식물성 기반 식품과 바른먹거리 철학을 반영한 식자재와 교육 콘텐츠를 함께 제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풀무원푸드머스 관계자는 "국내 키즈 식자재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영양을 강화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아이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갖추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련 문화·교육 콘텐츠, 캠페인 등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출생 역행하는 성장…키즈산업,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부상
업계에서는 저출생 흐름과 무관하게 키즈산업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녀 1인당 지출이 집중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식품, 교육, 헬스케어 등 전방위 산업에서 키즈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 강화, 부모의 경제력 증가, 사회 전반의 ‘골드키즈’ 소비문화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키즈산업은 ‘작지만 강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 1명에게 온 가족의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며, 키즈 상품은 단순 유아용품이 아닌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되고 있다”며 “브랜드간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