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희소식, 넥스페리아 칩 공급 재개 뒷맛이 씁쓸한 이유

2025-11-09

유럽연합(EU)이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칩 수출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 상무부와 8일(현지시간) 수출 재개 합의를 이뤘다. 넥스페리아 제품을 핵심 부품으로 사용해 온 자동차 업계는 한숨 돌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 갈등이 시작부터 해소까지 미·중 고래싸움에 취약한 유럽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엑스에서 “오늘 (중국) 상무부는 EU 및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넥스페리아 칩의 수출 절차를 추가적으로 간소화한다는 내용을 EU 집행위원회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용으로 신고된 칩에 한해 수출이 허용될 것이라면서 이 조치가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분쟁은 지난 9월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유출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모회사는 중국 윙테크 테크놀로지다. 이에 중국은 넥스페리아가 제조한 칩의 재수출을 금지하며 맞대응했다.

넥스페리아가 만드는 범용 반도체는 자동차 전자 부품 제조에 필수적이어서 업계 우려가 커졌다. 이 회사 칩 중 약 70%는 유럽에서 제조된 후 중국에서 가공 및 테스트를 거쳐 유럽 등 고객에게 재수출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이에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공장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등 업계 혼란이 일었다. 일본 혼다, 닛산자동차 등도 감산 계획을 밝혔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반도체 흐름의 완전한 회복을 보장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및 네덜란드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유럽의 산업 기반에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AP 통신은 “위기가 점차 해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면서도 이번 넥스페리아 분쟁이 “유럽이 미국과 중국 간 광범위한 지정학적 대립의 한가운데에 갇혀 있음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네덜란드와 중국 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표면상 갈등 이면에 미·중 갈등이란 깊은 배경이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다. AP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말 윙테크를 통상 블랙리스트 격인 수출통제 대상 기업 목록에 포함한 뒤 올해 9월 해당 목록을 넥스페리아를 포함한 윙테크 자회사까지 확대하며 동맹국들도 통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이같은 흐름을 보면 네덜란드가 중국을 상대로 제재 움직임을 보인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본 탓으로 해석된다.

재수출 통제 완화 희망이 보인 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지난달 말 부산 정상회담이 계기였다. 양국 정상은 상호 수출통제 조치를 일부 유예하기로 했고, 이후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아우모비오 등 개별 기업을 중심으로 넥스페리아 칩 공급이 일부 재개됐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중국과 네덜란드 간 협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네덜란드 측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혼란의 근원과 책임은 네덜란드 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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