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003550)가 국내 첫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I) 모델인 ‘엑사원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AI 선두권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엑사원 4.0은 지식 기반의 빠른 답변에 강점이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추론 AI 모델을 하나로 결합한 형태로, ‘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 글로벌 동급 모델을 제친 것을 넘어서 중국 딥시크 등 초거대 AI와 비교해도 더 적은 자원을 쓰면서 비슷하거나 우수한 성능을 기록해 주목된다.
LG AI연구원은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AI를 공개한 업체는 미국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 중국 큐원 개발사인 알리바바 정도다. 대표적인 AI 업체 미국의 오픈AI도 GPT-5를 하이브리드 AI로 개발하는 단계다.
특히 전문가 모델인 32B(매개변수 320억 개)는 의사, 치과 의사, 한약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여섯 가지 국가 공인 전문 자격증 필기시험을 통과하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입증했다. 내장형 온디바이스 모델(1.2B)의 경우 지난해 12월 공개된 엑사원 3.5(2.4B 모델) 대비 크기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수학·코딩·과학 등 전문 분야 평가 지표에서 미국 오픈AI의 ‘GPT-4o 미니’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온디바이스 모델은 가전제품부터 스마트폰, 전장 시스템, 로봇 등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사원 4.0은 글로벌 주요 AI 모델을 상회하는 벤치마크 성적표를 받았다. 5개 대표 분야를 살펴보면 △AI 지식 수준(92.3점) △문제 해결 능력 평가(81.8점) △코딩 능력 평가(66.7점) △과학 문제 해결 능력 평가(75.4점) △수학 문제 해결 능력 평가(85.3점) 면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파이-4), 중국 알리바바(큐원3), 프랑스 미스트랄AI(마지스트랄)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규모가 큰 초거대 AI와도 비슷한 성능을 구현한 것은 엑사원 4.0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AI 지식 수준 분야에서 32B 모델 규모의 엑사원 4.0은 235B 규모인 큐원3(92.7점), 600B 규모인 딥시크 R1(93.4점)과 거의 비슷한 점수를 냈다. 지시 이행 분야에서는 83.7점으로 큐원3(83.4점)와 딥시크 R1(80.8점)을 모두 앞섰다. 전문 지식을 평가하는 GPQA 다이아몬드 테스트, 개발자 수준 사고력 성능을 평가하는 라이브코드벤치 테스트에서도 알리바바 모델을 2~4점 차이로 제쳤다. 애초 딥시크가 주목받은 이유는 미국의 오픈AI보다 훨씬 적은 자원을 쓰는 ‘경제성’이었는데 엑사원이 이를 능가했다는 뜻이다.
AI 모델 개발 속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1년 엑사원 1.0 개발 이후 2023년 엑사원 2.0 개발까지는 2년이 걸렸지만 엑사원 3.5(지난해 12월 공개)와 추론형 모델 엑사원 딥(3월 공개) 사이의 공백은 3~4개월에 불과하다. AI연구원 설립 4주년 만에 학습과 추론 등 전 분야 AI를 아울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AI 사업의 중요한 숙제인 수익화 모델 수립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LG AI연구원은 허깅 페이스의 공식 AI 모델 배포 파트너사인 프렌들리AI와 손잡고 엑사원 4.0 상용 API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개발자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엑사원을 손쉽게 활용하거나 서비스에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량에 따라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LG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챗GPT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엑사원 4.0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API 공개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엑사원 4.0 공개를 계기로 구광모 LG 회장의 AI 비전 또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됐다”며 “AI와 같은 첨단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LG AI연구원은 이날 ‘엑사원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국내 22곳의 파트너사들과 엑사원 생태계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22일에는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5’를 열고 엑사원 4.0을 비롯한 AI 기술 연구개발(R&D)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식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은 “엑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런티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