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 파리 ‘빵지순례’

프랑스 파리는 ‘빵지순례’(빵집 성지순례)의 종착지다. 파리에서 음식은 실패할 수 있어도 빵을 실패할 확률은 희박하다. 어지간하면 파리 빵은 다 맛있다. 게다가 싸다. 바게트는 1~1.3유로(1600~2100원), 크루아상은 1.3~1.5유로 선이다. 한국의 절반 가격인데도, 파리에는 먹어봤다고 자랑할 만한 빵과 과자가 널렸다. 이를테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아침마다 먹는 바게트는 어떠신가. 한국인이 만들어 프랑스에서 상을 받은 ‘플랑’도 있다. 파리 빵 순례법을 소개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매일 먹는 빵
프랑스 국민 빵 ‘바게트’는 파리에서 탄생했다. 파리가 급격하게 도시화하던 19세기 말, 노동자가 먹기 편하도록 만든 빵이 바게트였다. 프랑스인에게 바게트는 우리네 쌀밥과 같다. 삼시 세끼 바게트를 먹는다.

파리에서 바게트가 가장 맛있는 빵집은 어디일까. 적어도 2025년은 파리 10구에 자리한 ‘라 파리지엔(La Parisienne)’이다. 이곳의 오너 셰프 미카엘 레이들레(41)가 2025년 3월 파리시가 주최한 ‘올해의 바게트 대회’에서 우승했다. 바게트 대회 챔피언에겐 엄청난 명예가 돌아간다. 상금(4000유로)은 크지 않지만, 1년간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 궁에 바게트를 공급하는 권리를 얻는다.
프랑스 대통령의 식탁에 오르는 바게트 맛이 궁금해 라 파리지엔을 찾아갔다. 여느 파리지앵처럼 정통 바게트 한 조각을 떼 코에 갖다 댔다. 온기가 느껴졌고, 기분 좋은 발효 향이 번졌다. 바사삭, 한입 베어 무니 경쾌한 소리가 났다. 껍질이 단단했지만 질기지 않았다. 속은 쫄깃쫄깃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돌았다. 한국에서 바게트를 먹을 때는 버터와 과일잼을 곁들였는데, 파리에서는 굳이 찾지 않았다.

파리시는 라 파리지엔을 바게트 1등으로 꼽으면서 발효 과정, 빵 모양, 일관된 품질 등이 빼어나다고 평가했다. 레이들레 셰프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뻔한 답이 돌아왔다.
“밀가루 선택부터 반죽, 빵을 오븐에서 꺼낼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정성을 다합니다.”
테이블 없는 빵집이 대다수
일드프랑스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파리에는 약 1360개 빵집이 영업 중이다(2022년 기준). 식사용 빵을 주로 굽는 ‘불랑제리(Boulangerie)’만 합한 수치다.

불랑제리가 우리가 아는 파리 빵집이다. 바게트를 비롯해 캉파뉴·통밀빵이 주력 제품이다. 버터·달걀·설탕을 듬뿍 넣은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도 만든다. 비에누아즈리?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 눈사람처럼 생긴 ‘브리오슈’가 비에누아즈리에 속한다.
‘파티스리(Patisserie)’라는 빵집도 있다. 빵집이라기보단 디저트·케이크가 전문인 제과점이다. 전공 분야만 집중하는 불랑제리와 파티스리도 있지만, 요즘은 복수 전공이 대세다.
파리 빵집 간판에 ‘아티장(Artisan)’이 보이면 안심해도 좋다. 한국의 ‘자가제면’ 국숫집처럼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 집을 말한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빵집만 아티장 간판을 걸 수 있다. 아티장이 ‘장인(匠人)’이란 뜻이다.
파리에서 맛난 빵집을 골라내는 노하우는 없을까. 파리에서 디저트를 공부한 유학파 박준우(41) 셰프는 “이른 아침, 허름한 차림의 현지인이 ‘적당히’ 줄 선 집을 공략하라”며 “줄이 너무 길거나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이라면 별안간 뜬 SNS 맛집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파리에는 테이블 없는 빵집이 흔하다. 일부 빵집은 좌석에 앉으면 빵값을 더 받는다. 파리지앵처럼 바게트 뜯으며 파리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프랑스인이 꼽는 영혼의 간식

파리는 세계 디저트의 수도이기도 하다. 영어 단어 ‘디저트(dessert)’가 불어 ‘데세르비르(desservir)’에서 유래했다. 정찬 뒤 후식을 즐기는 문화가 프랑스 귀족 사회에서 시작했고, 마카롱·마들렌 등 우리가 아는 디저트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탄생했다.
프랑스인은 ‘플랑(Flan)’이라는 디저트를 ‘영혼의 간식’으로 꼽는다. 플랑은 커스터드 크림으로 속을 채운 파이다.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추억 어린 국민 간식이라고 한다. 파리에서는 매년 플랑 대회도 열린다. 플랑의 지위가 여느 디저트와 다르다는 뜻이다.

플랑 잘하는 집이 다른 디저트도 잘한다. 플랑 대회에서 수상했으면, 디저트 맛집으로 믿어도 되겠다. 2023년 플랑 챔피언이 ‘밀레앙(Mille & Un)’을 운영하는 한국인 서용상(54) 셰프다. 서 셰프는 바게트 대회에서도 두 차례 수상했고(2013년 8위, 2024년 10위), 2025년 크루아상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빵의 본고장 파리에서 아시아인이 제빵 대회 3개 부문을 수상한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쯤에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파리에도 식사용 빵은 직접 만들어도 디저트와 케이크는 공장에서 받아 쓰는 집이 많다. 너무 반듯반듯한 타르트, 비닐 케이스에 단정하게 담긴 마들렌은 일단 의심하시라. 투박해 보이는 디저트가 되레 손으로 빚은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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