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류 데이비스 CVC캐피탈파트너스 크레딧 부문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유럽 사모대출 전략의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미국과 달리 각국의 시장 구조가 분절돼 있고 자본 구조가 보수적이라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비해 사모자본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미국보다 사모대출 금리가 높은 유럽에서 지난 40년 동안 구축한 국가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대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크레딧 부문에서만 15년 경력을 쌓은 사모대출 베테랑이다. 현재 CVC는 크레딧 부문 기준 460억 유로(약 75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유럽 신디케이트론(집단 대출) 시장 1위,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3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비스 대표는 유럽 사모대출 시장이 미국보다 성숙도가 낮아 더 큰 성장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각국마다 언어, 재정정책, 정부정책, 문화적 요소가 다르다”면서 “자본 흐름도 비효율적이라 신용 스프레드(벤치마크 금리 대비 수익률)가 미국보다 넓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금 조달 창구가 은행 위주라는 뜻으로, 실제 CVC가 지난해 5월 개방형으로 설정한 사모대출펀드(CVC CRED)의 올 5월 기준 연환산 누적수익률은 11.24%를 기록했다.
사모대출펀드(PDF)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펀드가 은행을 대신해 기업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해주는 방식의 펀드다.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은행 건전성 규제로 인한 기업 대출 공백이 지속 확대됨에 따라 CVC와 같은 운용사가 제공하는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유럽 팸버튼자산운용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2000년 400억 달러에서 지난해 6월 1조 6000억 달러로 급증했고, 2029년엔 2조 600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데이비스 대표는 유럽 각국마다 상이한 시장 환경이 CVC에게는 오히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유럽 내 12개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탄탄한 로컬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덕분이다. 데이비스 대표는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제조업 같이 구조적 변화를 겪는 산업을 피하는 대신 교육 등 서비스 중심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탈리아에는 헬스케어·제약 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모대출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는 돈을 빌려준 기업이 부도가 나는 일이다. CVC는 이를 피하기 위해 철저한 실사 과정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을 비롯한 CVC의 전사적 네트워크가 이 과정에서 활용된다. 데이비스 대표는 “10년간 200건 이상 투자를 진행했는데 실현 손실은 0건”이라며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과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 비경기순환 섹터, 무리한 리스크를 취하지 않는 기업을 선별한다”고 강조했다. CVC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500만 유로 이상인 중견기업에게 선순위 담보부 대출을 변동 금리로 제공해 투자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뜨거운 관심이 고무적이라고도 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CVC 사모대출전략의 초기 채택자였다”며 “펀드레이징 팀을 확충해 더 많은 투자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CVC가 출시한 4호 펀드에는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1조 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CVC의 1호 펀드부터 투자를 집행해왔다.
주목할 점은 최근 아시아의 고액 자산가들이 유럽사모대출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를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통화 다변화 차원에서 유로 기반 투자를 늘리려 하는데, 정작 유로 기반 투자 기회는 제한적이라 사모대출펀드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각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사모대출투자로의 부유층 자금 이동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전반에 자산관리(WM) 부문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삼성증권이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리테일 사모대출 상품을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사모대출 투자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CVC 역시 최근 삼성증권과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대출 상품과 관련해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