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문재인 하야’ 집회에서 불법으로 15억원의 기부금을 모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이영림 판사는 8일 오전 전 목사의 기부금품법 위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이 판사는 “기부금품법은 무분별한 기부금품의 모집을 방지하고 모집된 기금 등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그의 영향력, 지지자들의 규모, 예상되는 집회 규모 등에 비춰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 모집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등록 절차를 회피했다. 등록 의무를 위반하고 모집한 기부금품의 액수가 15억여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사는 “모집 등록은 행정절차에 불과하고 모집 자체에 어떠한 사회적 해악이 있는 것은 아니며, 금지에서 규제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천한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범죄의 반사회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모집 목적과 다르게 기부금을 사용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 목사는 2019년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주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참가자들에게 헌금 봉투를 돌려 약 15억원의 불법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21년 9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전 목사를 불구속기소했다.
기부금품법은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미리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종교단체는 기부금품법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모금된 돈은 반드시 종교활동에 써야 한다.
"종교단체의 고유 활동으로 보기 어려워"
전 목사는 광화문광장에서 연 집회는 정치집회가 아닌 예배이며, 이때 모은 돈 역시 기부금이 아닌 헌금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2019년 10월경 집회는 종교를 불문하고 공통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현 정권에 대한 의견을 표현한 활동에 가깝다고 보이고 기독교 교리를 중심으로 연대했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단체의 고유 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기부금을 모집한 주체가 전 목사가 아니라고도 주장했으나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이 판사는 “매일 각종 신문에 후원을 요청한 것, 2019년 10월경 광화문 집회에서의 후원금 모집,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한 후원금 모집은 피고인의 결정으로서 피고인의 의사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 목사는 이날 파란색 정장과 빨간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출석해 무표정으로 선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