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뉴리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말하는 이재명 정부 성공 열쇠
기업인 출신 재선,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원조 7인회’ 멤버
국힘이 필리버스터로 예산 통과 막으면? “표결 처리도 불사”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율은 한 달여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의 충격으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숨 돌리는가 싶던 이재명호는 이번에는 재판중지법이라는 돌발 암초에 부딪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경고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대(대통령실)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설은 APEC 후속 지원 입법 등을 준비하는 원내지도부 입장에서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운영, 입법, 예산 전략 등을 총괄하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만나 재판중지법을 비롯해 여러 이슈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22대 국회 개원 후 국토위 간사 맡아
APEC 이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반등했다.
“정말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은 통상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잘된 협상이다. 일본과 비교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협상이었다.”
분위기를 타서 민간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 장 확보라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의힘이 앞서 GPU 5만 장도 구하기 어렵다고 비판적이었지만, 젠슨 황은 5배가 넘는 26만 장이나 우리나라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야말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향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2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0일 발표한 11월 1주차 정례 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6.7%를 기록했다. 전주(53.0%) 대비 3.7%p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다. 리얼미터는 “주 초반 APEC 성과와 코스피 4200선 돌파 및 예산안 시정연설 등 외교·경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세계 무역 체제가 자국 중심주의로 흘러갔는데, 이런 협력 분위기는 오랜만이다.
“이번 APEC을 통해 다자 무역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역내 국가들이 상호 교류를 확대하면서 상호 번영할 수 있는 그런 흐름을 만든 것이다. 의미가 정말 크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에는 정부가 합의한 것들을 잘 풀어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내년 1월까지는 관세 협상 후속 법안이라든가 APEC을 지원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문진석 부대표는 기업인 출신 재선 국회의원이다. 1962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풍생고,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충남에서 폐기물 처리 업체를 창업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충남시민캠프 대표를 지내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그는 21·22대 총선에서 천안갑 국회의원으로 내리 당선됐다.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원조 7인회’ 멤버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지난 6월까지 국토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보나?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대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조짐이 보였다. 폭등 요인은 국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를 현행과 동일한 6억원으로 유지했다는 것은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일부를 토허제로 묶은 것에 대한 비판이 많다.
“토허제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비판할 수 있지만, 그래도 투기적 자본을 생산적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부동산에 집중되는 자본을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보유세 논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실책은 부동산 실물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지가를 덩달아 올려버린 것이다. 집 가진 사람들은 증세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증세에 대한 공포가 결국은 부동산 실패로 귀결됐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는 왜 당시에 실패로 귀결됐는지 알기 때문에 다를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10·15 대책은 부동산 테러”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에게 ‘투기 자본이 가담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데 방치해야 하느냐’고 묻고 싶다. 특히 오 시장은 올해 초 강남 3구 등 지역의 토허제를 풀어서 서울 집값을 폭등시킨 인물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10·15 대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이 점만 봐도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후속 규제는 보유세 인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지금 당장 보유세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10·15 대책의 결과를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 10·15 대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후속조치로 (보유세 인상보다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
민주당이 출범시킨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31일 첫 비공개회의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TF는 부동산 추가 공급을 위한 택지 발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 몇 채가 공급될지 관심이 크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공공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람들은 공공주택이 허름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이미지를 깨지 못하면 공공주택을 몇만 채를 공급해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주택 이상의 편의성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공주택 공급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공급책이 나오는 시점은?
“여러 가지 체크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금년 안에는 물리적으로 힘들고, 내년 초는 돼야 나올 것 같다.”
이재명 정부 들어 코스피 상승세가 심상찮다. 올해 2000 중반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최근 4000을 넘기며 활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 몰린 자본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4000을 넘겼다.
“앞서 우리 당이 투명하고 정상적인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 상법을 두 번에 걸쳐서 개정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자사주 소각 등 법과 제도를 바꿀 생각이다. JP 모건은 우리 주식시장이 6000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는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명·청 갈등? “과한 해석 안돼, 강 비서실장 워딩대로 봐야”
대통령의 재판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대한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이르면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가 대통령실의 경고를 받았다. 재판중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뒤이어 검찰이 대장동 재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사태는 더욱 촉발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바라는 건 5년간 멈추는 재판중지가 아니라 영원히 재판을 없애는 재판 삭제”라고 맹비난했다.
재판중지법은 당이 너무 서둘렀던 건 아닌지.
“서두른 것이 아니라 당에서 이 법을 처리하겠다고 논의한 적이 없다. 박 수석대변인 워딩은 지도부에서 논의하면 이달 안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기사가 쏟아지다 보니 하루 이틀 사이에 급발진한 것처럼 비쳤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 원내대표단은 재판중지법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들은 적이 없다. 수석대변인과 당대표가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프닝이라고 보면 된다.”
재판중지법이 언급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명·청 갈등이라고 해석한다.
“과하게 해석할 것 없이 강훈식 비서실장이 브리핑에서 설명한 대로 이해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깨진 것 아니냐’라고 묻던데, 더는 재판중지법이 당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곧 예산 시즌이다. 당·정·대 손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 대통령께서 728조원이라는 내년도 예산을 인공지능(AI), 복지, 일자리 창출 등 어디에 쓸지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정부가 내년에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를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원내대표단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임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적 재정 투하’라고 비판한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 필요한 예산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분 없이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등의 방법으로 예산 통과를 막아설 수 있다.
“물론 여야 협상을 통해서 법정 시한 내에 통과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다만 끝까지 설득이 안 되면 표결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 여당이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생을 챙기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께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국민이 가장 관심 갖는 건 먹고사는 문제다. 민생을 제대로 챙겨내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민생을 챙기는 것이 곧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선거 전략이다.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지만, 금년 내 개혁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고 내년부터는 민생에 집중하려고 한다. 국민께서 우리 당의 민생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