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흩어져 있던 인공지능(AI)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AI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차원의 '교통정리'가 시작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12개가 넘는 부처가 각자 AI 깃발을 내걸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발생했던 비효율성과 중복 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단순히 위원회를 만드는 것만으로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중요한 시점에 대한민국 AI 정책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AI부' 신설과 더불어 지역 단위의 전문기관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과감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현재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12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다. 이런 행정 구조는 부처 간 이해관계 조율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각 부처는 고유의 미션과 예산, 인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속성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가 실질적인 예산 조정 권한이나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한다면, 단순한 의견 교환의 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AI 정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AI부' 신설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AI부는 기술 개발부터 산업 적용, 윤리, 인재 양성, 국제 협력까지 AI와 관련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각 부처는 AI부의 큰 틀 안에서 자신의 전문 영역에 맞게 AI를 활용하는 역할을 맡고, AI부는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마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총괄하듯, AI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예산 중복을 방지하며,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AI부 신설이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확산하는 것은 지역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AI 3대 강국 도약의 꿈은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지에 뿌리내려야만 실현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각 광역단체별로 'AI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이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AI 전문기관들은 해당 지역의 주력 산업과 연계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은 스마트 항만 물류 AI를, 울산은 첨단 제조업 AI를, 전남은 농업 및 해양바이오 AI를 특화해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지역 특화 AI 전문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AI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각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전체의 AI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정책 추진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AI 3대 강국 도약을 논할 때, 경기도의 역할은 단연 독보적이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AI·정보기술(IT) 기업의 메카다. 또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어 우수한 인재 풀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경기도의 강점은 국가 AI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자체적인 AI 전문기관을 설립해 'AI 산업의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판교를 중심으로 유망 AI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개발부터 투자 유치, 해외 진출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AI부의 정책과 연계해 초기 자금과 기술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경기도 내 다양한 산업 현장(제조, 물류, 서비스 등)을 AI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세계적인 AI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여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출범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AI부' 신설을 통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역의 특화된 AI 전문기관 네트워크가 결합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석훈 경기도의원(미래과학협력위원회 부위원장) jwj345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