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더리움은 2세대 블록체인이다. 동명의 가상화폐 이더리움(ETH)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다. ETH의 투자 가치를 파악하려면 이더리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8일 오후 4시 코인마켓캡 기준 알트코인 대장주 ETH는 전일 대비 0.23% 오른 4294.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전고점 4934달러를 찍은 뒤 소폭 하락해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 플랫폼으로 진화한 블록체인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등장한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분류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개인간(P2P) 결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더리움은 여기에 기능을 추가해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개발자는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과 다양한 표준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발행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수의 알트코인이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8일 오후 4시 코인게코 기준 이더리움 기반으로 발행된 주요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테더(USDT) 1688억 8488만 달러, 바이낸스코인(BNB) 1217억 5532만 달러, 유에스디코인(USDC) 725억 9747만 달러 등이다.
스마트 계약은 이더리움에 처음 도입된 기능이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설계된 코드다. 자판기에서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는 방식과 유사하다. 조건 A가 만족되면 결과 B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식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중개자 없이도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된다. 예컨대 사용자가 ETH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빌렸을 경우, 기한 내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ETH가 청산되는 식의 구조가 가능하다. 이더리움에서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가 꽃피운 배경이다.
운영체제(OS) 위에 다양한 앱이 올라가듯 블록체인에서는 이더리움과 같은 메인넷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가 구현된다.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위에 모바일 앱이 올라가는 것처럼 블록체인 위에서는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과 디파이가 작동한다.
ETH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축통화
ETH는 이더리움을 사용할 때 필요하다. 디앱을 이용하거나 토큰을 전송할 때마다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에 남기려면 ETH를 내야 한다. 이때 지불되는 금액을 ‘가스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NFT를 발행하거나 디파이 서비스에 자산을 예치하거나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전송하는 모든 행위에 ETH가 필요하다. 즉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ETH의 실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비트코인(BTC)이 디지털 금이라면 ETH는 디지털 원유에 비유된다. 블록체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처럼 앱을 실행하거나 거래를 처리할 때 반드시 쓰이기 때문이다. ETH는 BTC와 달리 발행량이 무제한이다.
TVL·NFT·ETF… 이더리움 활용도 평가
관련기사
- 이더리움 전고점 뚫었는데…디파이 총예치금(TVL)은 부진
- 비트코인 11만 달러선 후퇴…이더리움 8% 급락 [디센터 시황]
- 비트코인서 큰손들 넘어와…최고치 찍은 이더리움
- ‘파죽지세‘ 이더리움, 사상 첫 4900달러…비트코인은 주춤 [디센터 시황]
이더리움의 활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다양하다. 이더리움 데이터 제공업체 이더스캔에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생한 거래 건수, 지불된 가스비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이더리움 기반 거래 건수는 전일 대비 5.57% 감소한 133만 9101건을 기록했다.

디파이 총예치금(TVL) 지표도 유용하다. TVL은 해당 블록체인에 유동성이 얼마나 묶여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날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디파이라마 기준 이더리움 TVL은 911억 4300만 달러다. 전체 디파이 TVL이 1531억 1600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59.5%가 이더리움에 묶여 있다는 의미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이더리움 기반 발행량이 53.84%로 압도적이다. 대체불가토큰(NFT) 발행도 이더리움에서 가장 많이 이뤄졌다. 이날 NFT 데이터 제공업체 크립토슬램 기준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NFT의 전체 시가총액은 811억 3126만 달러다.
ETH 현물에 대한 수요는 상장지수펀드(ETF)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ETH 현물 ETF는 총 9개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와 같은 금융정보 플랫폼에서 해당 상품의 자금 유입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상장사들, ETH 전략자산으로 비축
최근 미국 상장사들이 ETH를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BTC에서 시작된 디지털자산비축(DAT·Digital Asset Treasury) 전략이 알트코인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트마인 이머선 테크놀로지, 이드질라 같은 기업이 ETH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ETH는 스테이킹으로 보유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한다. 스테이킹은 일정량의 ETH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예치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구조다. 블록체인 운영에 기여하는 대신 ETH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가격 상승과 함께 추가 이익을 노릴 수 있는 복합 수단이 되는 셈이다.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월가가 크립토 인프라로 진입하는 건 이더리움에게 1971년과 같은 기회”라며 “엄청난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것이고, ETH은 그 중심에서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임금 및 물가를 90일간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뉴욕증시는 하루 거래량과 상승률 모두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다만 이더리움 대항마로 꼽히는 다양한 메인넷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특화 블록체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더리움 입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