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의 작은 잔디구장에서 아나스 알마브후(29)는 목발을 고쳐 잡고 축구공을 향해 달려갔다. 2년여 전쟁 끝에 휴전을 맞은 가자지구에서 팔다리를 잃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축구대회가 열렸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절단 장애인들을 위한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튀르키예 데니즈페네리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는 ‘희망의 챔피언십’이란 축구 토너먼트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온 성인 선수 50명, 어린이 15명이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에 섰다. 이들은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기간 또는 2018∼2019년 이스라엘과 분쟁 때 부상을 입고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선수로 출전한 알마브후도 이들 중 하나다. 그는 한때 70㎏급 유도 챔피언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고, 집도 무너졌다. 선수로서의 삶은 사실상 끝났다.

알마브후는 “비슷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보며 삶에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팔레스타인을 대표해 국제무대에 서고 싶다”며 “팔다리를 잃었다고 해서 희망까지 잃는 건 아니라는 것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런던 기반 중동 전문 매체 뉴아랍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대회를 조직한 샤디 아부 아르마나는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라며 “회복력이 강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장애인축구 대표팀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서아시아컵 예선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이스라엘이 검문소를 폐쇄해 불발됐다고 AP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축구 협회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 기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668명의 운동선수가 살해됐으며, 이중 339명이 축구선수였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의 절단 장애인이 6000명에 달하며 이중 25%가 어린이이고 12.6%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