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채굴 소음, 태평양 해양 생물에 ‘보이지 않는 위협’

2025-06-1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심해 채굴로 인한 소음 공해가 태평양 해양 생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산업계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 A&M 대학교를 비롯한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심해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해양 생물의 행동과 생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생물 다양성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라틴 아메리카 해안 지역 사회가 의존하는 먹이사슬과 해양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의 태평양 해역, 인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클래리온-클리퍼튼 존(CCZ)에서 2,800건 이상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해양 생물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척추동물, 어류, 포유류를 포함한 다수의 해양 생물들은 의사소통, 항해, 포식자 회피 등에서 소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Marine Pollution Bulletin에 게재되는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소음 공해의 영향이 전체 종의 약 35%에서만 연구됐으며, 데이터 부족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엔 해양 회의에서는 37개국이 ‘조용한 바다를 위한 고야망연합’을 결성하고, 해양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협력을 시작했다. 이 연합은 더 조용한 선박 설계, 해양 보호 구역 확대, 소음 영향 평가 및 저감 정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CCZ 지역은 코발트, 니켈, 망간, 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세계 최대의 광물 탐사 구역이다. 이 지역을 둘러싸고 산업계와 일부 정부는 채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과학계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CCZ에 서식하는 어종의 약 3분의 1이 소리를 내거나 이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소음 공해는 이들의 의사소통, 짝짓기, 먹이 탐색, 포식자 회피 행동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채굴 기업들의 투명성 부족이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실제 심해 채굴 시 발생하는 소음 수준에 대한 데이터는 전혀 공개된 바 없으며, 대부분 기업의 독점 정보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 속에서 해안 채굴 사례를 참고해 대략적인 소음 추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페루 해양 거버넌스 전문가 다니엘 카세레스는 이번 연구가 심해 채굴의 영향이 단순히 먼 바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해안 생태계 및 철새 종, 지역 먹이사슬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속 가능한 해양 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번 연구가 “왜 원양 채굴이 보존 정책과 양립할 수 없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준다”며, 특히 라틴 아메리카가 주도하고 있는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해저청은 CCZ 지역을 포함해 31개의 탐사 면허를 발급했으며, 심해 채굴에 대한 상업적 착취를 허용하는 규정 마련을 놓고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국제해저청 옵서버 국가들을 대상으로 공해 광물 채굴을 장려하는 행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심해 보존 연합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 국가를 포함해 30개국 이상이 심해 채굴 활동에 반대하며, 과학적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유예를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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