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트럼프…'경제 불안' 마가 이탈에도 연설 내내 "골프"

2025-12-15

“카이! 손 좀 들어봐. 할아버지를 골프로 이길 수 있겠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리셉션에서 손녀를 호명한 뒤 연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여분 간 골프 이야기를 했다. 이어 전 백악관 주치의가 독사에 물렸던 일화를 소개하는 데 나머지 3분의 1을 썼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진행된 30여분 연설에서 경제 관련 언급은 10여분에 그쳤고, 대부분 관세 등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할애했다.

‘슬리피 바이든’이라더니…“바이든 데자뷔”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장타자 골퍼’ 브라이슨 디샘보를 무대 위로 올린 뒤 “나보다 살짝 더 멀리 공을 치는 골프계 최장타자”라고 치켜세웠다. 또 결과적으로 ‘독사 이야기’가 됐지만, 백악관 주치의 관련 언급은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나를 진료했던 주치의는 ‘트럼프가 가장 건강하다’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최근 급격하게 확산된 건강 이상설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계산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CNN은 “총기 사고에 애도를 표한 뒤 가족, 골프, 뱀에 물린 일화 등으로 화제를 돌렸다”며 특히 독사 언급은 “장황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장황한) 연설에 안절부절 못하는 유아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군중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이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을 문제 삼으며 ‘슬리피(sleepy·졸린) 바이든’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현재 79세로 최고령 당선 기록을 깨고 당선된 트럼프 역시 회의 도중 조는 듯한 모습이나 손등에 든 멍을 가리기 위해 반창고를 붙인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피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취임 1년을 앞두고 진행된 이날 리셉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물가 불안’ 치솟는데…“디플레이션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급격한 지지율 하락의 핵심으로 지목된 경제 문제에 대해선 이날도 “관세 덕분에 10개월만에 18조 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며 “4년간 1조 달러도 채 벌지 못한 졸린 바이든에 비해 훌륭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이 남긴 난장판(mess)을 물려받았지만 우리는 정말 잘 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혔고, 조금 더 낮출 수도 있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물가가)너무 낮아져선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지난 수년간 생산능력의 58%를 잃고 유럽, 멕시코, 일본을 비롯해 한국으로도 갔다”며 “지금은 모두 돌아오고 있고 6개월에서 1년 안에 미국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시대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A+++++”이라며 물가 인상에 직면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알렉스 키나 버지니아 카먼웰스대 교수는 AFP에 “그의 지지자 중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미국 대중의 과반은 아니다”라며 “결국 그들도 물건을 사고, (고물가) 경험을 부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하락세…“이탈 핵심은 MAGA”

실제 이날 공개된 NBC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떨어졌다. 지난달 발표된 CNN의 조사에서 40%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특히 지지율 하락을 이끌고 있는 계층은 공화당 지지층인 것으로 분석된다. 80%를 육박했던 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7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를 상징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전통적 공화당보다 선호한다는 계층은 지난 4월 57%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50%가 됐다. 마가를 제외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5%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27%), 민주주의 위협(23%), 의료 문제(17%) 순이었다.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JEC)는 관세로 가구 당 1200달러(약 176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분석했다. 또 상원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보험금 연장안이 부결되면서 2200만명의 보험료가 두 배로 상승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확대되는 ‘항명 움직임’…1년만에 레임덕?

지지층의 이탈이 확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화당 지도부와 군 수뇌부의 공개적인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공화당 소속 로저 워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 등 군과 정보기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군 등을 향해 ‘불법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것과 관련,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시로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별다른 내용이 없다”며 처벌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달 켈리 의원 등이 “급진 좌파 등 ‘내부의 적’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비판하는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과 선동, 나아가 반역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커 위원장은 “선출직 의원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군이 처벌하는 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그레고리 길로트 북부사령관(4성 장군)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을 치안에 동원해온 명분으로 제시해온 ‘내부의 적’과 관련, “내부의 적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해 공격을 명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법률 고문과 상의해 합법적이지 않다면 명령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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