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여행·유학 제한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민의(民意)’를 제재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외교적 충돌 국면에서 경제·문화 제재의 부담을 국민감정으로 돌려 정부 책임을 희석해왔으며, 이번 갈등에서도 그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 민중의 강렬한 공분을 일으켰다”고 강조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 수산물이 중국에 수출되더라도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오 대변인은 지난 17일 일본 여행 자제령과 관련해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 인민의 감정을 심각하게 상하게 했으며 중·일 인적 교류 분위기를 심하게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책적 조치라기보다 ‘국민감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중국은 이런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2016년 한국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나타난 한한령 당시에도 중국은 “민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콘텐츠와 관광 제한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당시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한한령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중국 민중이 사드에 불만을 갖고 있고 관련 부처들도 이런 정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관광 규제는 대부분 문서 없이 ‘구두 통지’ 등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다’는 표현은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가 대외 갈등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상징적 수사다. 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이 표현이 공식 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 인도와의 국경 분쟁을 다룬 인민일보 기사에서였다.
이후 중국은 안보·영토·역사 등 ‘핵심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되는 국면에서 이 표현을 관례적으로 동원해 왔다. 2011년 미국·멕시코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을 때나, 노르웨이가 중국 반체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환구망 분석에 따르면 1946~2015년 인민일보 기사에서 이 표현은 총 240회 등장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96회로 가장 많고 미국(62회), 프랑스(16회), 인도(9회) 순으로 나타났다.
민의 동원은 국제 규범을 우회하는 데도 유용하다. 정부가 직접 제재를 인정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소지가 생기지만 “국민감정에 따른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주장하면 법적 책임이 모호해진다.
2017년 한국 정부가 사드 보복과 관련해 WTO 제소를 검토했을 때도 중국의 비공식·비문서 제재 방식 때문에 제소 근거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한국의 WTO 제소 검토가 알려졌을 때도 “양국 경제 교류는 민의에 기초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책임을 피해갔다. 정부가 공식 제재라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민의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해제될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시간표’를 유지할 수 있다.
2013년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하자 중국은 필리핀산 바나나·망고 수입을 중단했지만, 이 조치는 국제법적 해결이 아니라 2016년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 직전에 조용히 풀렸다.
사드 이후 한국에 대한 규제도 같은 방식의 모호성이 적용됐다. 중국이 2023년 8월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한 것도 한한령의 전면 해제로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일 등 총 78개국을 대상으로 해외 단체 여행을 일괄 재개하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한국작품 서비스 재개, 게임 판호(허가증) 허용 때도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제재의 시작도 끝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은 필요할 때마다 조절 가능한 공간을 남겨둘 수 있다.
미 외교지 디플로맷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일방적 제재에 반대해 왔고 국제 사회에서 ‘우호적이고 책임 있는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려 해왔다”면서 “제재를 공식화하면 외교·평판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비공식 방식의 실행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민의는 외부 압박의 명분일 뿐 아니라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중국중앙(CC)TV와 인민일보 웨이보에서는 외교부 브리핑 관련 게시물마다 ‘일본 타도’ ‘일본 여행 보이콧’ 같은 선동적 댓글이 달렸다. CCTV는 대만 통일을 정당화하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SNS에서는 다카이치 총리 풍자 영상이 퍼지고 있다.
제이슨 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은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훨씬 전에 국내 여론을 준비시키고 대외적으로 결의를 보여주며 심리적 전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는 중국 내 반일 여론과 맞물리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도자의 결단 없이는 풀리기 어렵고 해제 시점을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2001~2006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정상회담 등 고위급 외교를 수년간 중단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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