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에도 US오픈 직관했다…트럼프 ‘美 국뽕 주술’ 정체

2025-09-10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7회 - 트럼프가 스포츠 경기장에 가는 이유

기다렸던 장면이 아니었다. 8일 새벽 3시(한국시간)였다. 테니스 US오픈 남자단식 결승 경기 장면을 상상하며 잠에서 깨어 눈을 비볐다. 그런데 모니터에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길게 늘어선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채 마치 공항 입국장의 대기 줄처럼 늘어서 있었다.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장에 오기로 해 ‘배터리가 없는 전화기’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보안검색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미 결승전이 시작됐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경기에 나설 두 선수는 코트가 아닌 각자의 대기 공간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약 48분이 지나서야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전 세리머니에서 미국 국가(國歌)를 부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스크린에 잡혔다. 순간 “우~” 하는 야유와 “와~” 하는 탄성이 경기장에 교차했다.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카메라는 그 장면이 부담스럽다는 듯 빠르게 다른 곳을 비추었다. 일부 언론은 “US오픈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전에 중계방송사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로운 모습이나 관중의 부정적인 반응은 카메라에 담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어쩌면 이 시점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가는 곳, 하는 말은 물론 그 1분1초에 화제를 모은다. 그런 트럼프가 이처럼 팬들에게 불편을 주고 경기 자체에 지장을 주면서도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뭘까.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한 뒤 수퍼보울(미식축구)-데이토나 500(자동차경주)-UFC(격투기)-클럽 월드컵(축구)-US오픈(테니스) 등 종목과 미국팀 진출 여부를 가리지 않고 스포츠 경기장을 찾고 있다. (표 참조)

미국 사회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스포츠와 뗄 수 없는 구조를 가졌다. 미국 사회에서 스포츠는 하나가 되기 힘든 이민 사회의 결속, 오래지 않은 역사에서 비롯된 전통 만들기 등을 주도한다. 트럼프 또한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과 타협하지 않는 독불장군의 캐릭터를 공정한 경쟁의 스포츠 현장을 통해 만회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가 스포츠 경기장의 단골손님이 돼 얻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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