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 불가능한 폭우·폭염·냉해와 우박 등 이상기후가 전국 곳곳을 덮치면서 농업분야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 ‘기댈 데는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품목과 지역을 불문하고 재해보험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고, 지속적인 농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2001년 도입된 후 품목과 지역을 점차 확대했다. 2023년에는 전체 농림업 생산액의 약 90%를 차지하는 70개 품목이 보험 대상이었다. 올해는 녹두·생강·참깨가 추가돼 76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사실상 주요 품목 대부분이 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 산정 방식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빈발하는 기상이변으로 피해 양상과 시기 등이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예전 기준을 유지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햇볕데임(일소)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과·배·떫은감의 햇볕데임 피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과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특징이 있지만, 보험 약관은 열매솎기(적과) 후 단 한차례 조사만으로 피해 규모를 확정하게 돼 있어 실제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기형과를 ‘정상 착과수’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민들은 “판매할 수 없는 과일까지 보험 산정에 포함되는 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험금 지급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한경표 충북 음성군화훼협회장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풍수해보험은 보험금이 일시불로 지급돼 복구가 빠르게 이뤄지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은 지급 시기와 금액이 복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보험금 지급 방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가입 대상 확대에 대한 요구도 나온다. 농가수나 생산액이 많지 않은 품목은 여전히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훼농가의 요구가 거세다. 현재 화훼분야에서 보험 가입 대상은 절화 중 국화·장미·카네이션·백합 4종에 불과하다. 분화류는 한품목도 없다.
한 회장은 “지난해 12월, 음성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로 시설하우스가 무너졌고, 그 안의 꽃과 나무는 얼어 죽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분화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면서 “분화류도 제도 안에 편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재해 유형과 피해 양상이 다양해지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보험이 금융상품이다보니 제도를 개선하는 데 다른 지원 정책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보상 방법을 현실화하고 품목도 순차적으로 늘려 사각지대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음성=황송민 기자 hsm777@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