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부터 기싸움
野 “국민적 의혹 많아 청문회 기간 늘려야”
與, ‘발목잡기 프레임’ 공세로 대응 나설 듯
“여당이 선제적 검증 나서 신뢰위기 막아야”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출범을 위한 첫 인사청문회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여야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각 인선의 첫 단추가 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여야의 신경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김 후보자 관련 의혹들을 적극 해명하며 방어에 나섰다. 반면, 대선 패배 이후 여론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야당은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재명정부 초반 신뢰 위기를 막기 위해 여당이 선제적 인사 검증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 인사청문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특위)는 17일 청문회 일정과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위는 국회 의석수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첫 협의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로 열도록 규정돼 있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통상 이틀간 이뤄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해명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위 야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총리 후보자가 밝혀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며 “소명할 충분한 시간을 드려 국민적 의혹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지 민주당 간사와 논의하겠다”며 청문 일정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과가 있는 김 후보자가 당시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 인사와 다시 금전 거래를 한 점과 신고 재산이 2억원대인데도 미국의 유명 사립대에 다니는 아들의 유학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에 대한 야당의 집중 추궁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들이 고교 재학 중 교내 동아리에서 추진한 ‘표절 의무교육 법안’을 김 후보자가 국회에서 법안으로 공동 발의한 것 역시 ‘아빠 찬스’로 보고 이를 철저하게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자의 칭화대 법학 석사 취득도 논란거리다. 김 후보자는 2010년 7월쯤 중국 칭화대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김 후보자가 민주당 최고위원, 부산시장 후보로 활동했던 시기와 겹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 후보자가 취득한 석사 학위가 중국 본교에 출석해야만 수료 가능한 과정이라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벌금·세금·추징금은 장기에 걸쳐 모두 완납했다”, “아들은 입법 활동을 대학 진학 원서에 활용한 바가 없다”, “까다롭고 어려운 외국 학교들을 다 정식으로 다녔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87년 민주화’ 이래 이토록 국민 통합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인사를 초대 총리로 지명한 정권은 없었다”며 김 후보자를 향해 총리직을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특위 야당 위원인 주진우 의원도 김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알맹이는 다 빠졌다”며 “김민석의 긴 변명은 세 마디로 요약된다. △현금 2억 받았지만 요구한 것 아냐 △아들 ‘입법 스펙’은 안 써먹었어 △조의금·강연비로 최소 5억 이상 벌었고 감사 헌금도 했어”라고 비꼬았다.
김기현 의원은 “해명은커녕 어쭙잖은 감성팔이, 황당한 궤변만이 가득했다”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고, ‘나는 몰랐다’라는 뻔하디 뻔한 수법을 쓰는 것이 그동안 수차례 보아왔던 이재명 대통령과 똑 닮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발목 잡기’ 프레임을 내세우며 김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무작정 범죄자로 낙인찍고 묻지마 정치공세도 모자라 아예 거취 표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며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인사 검증에 전념하라”고 지적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원내대표단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그렇게 논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것은 제일 잘 아는 분이 당사자이므로 당사자의 충실한 해명 외에 저희가 덧붙일 것은 없다”고 답했다.
여당 인사들은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이 청문회에서 소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관련한 여러 의혹은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회도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 주장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공직 후보자에게 문제가 없을 순 없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면 국민들도 ‘그래 문제는 있지만 솔직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직을 맡겨도 되겠다’고 교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차명 대출 의혹 등으로 오광수 민정수석이 현 정부에서 낙마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철저한 인사 검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정부 초반 인사 검증이 자칫 신뢰 위기로 번지면 이 대통령의 개혁 과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부적격한 인사가 있다면 민주당이 먼저 걸러내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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