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후상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 펴내
기록의 편견이나 주관성 덜어내고자 '구술사' 주목해 책으로 엮어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동학농민혁명과 보천교의 민족운동을 구술로 정리한 책이 처음 발간됐다.
지난 30년간 보천교 연구에 힘써 온 안후상 박사(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는 최근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도서출판 기역)을 발간했다. 저자는 기존 보천교 관련 문헌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구술사에 주목했다. 기록의 편견이나 주관성을 덜어내고 객관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보천교는 전라도에서 동학운동을 주도하던 차경석이 1907년에 강증산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 24방주 또는 60방주라는 민중 조직을 통하여 새로운 정부나 국가를 수립하려는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을 전개했다. 일제는 이러한 보천교의 활동을 ‘국체를 부정하는 불온한 사상’ ‘독립운동’으로 규정했다.
보천교 교세가 급격히 확장되던 1918년 가을, 제주도 중문에서 보천교와 강증산 계통의 종교인으로 보이는 김연일이 항일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후 1920년대 보천교는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설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형평운동과 민족 독립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사회주의자들이나 의열단, 대한민국 임시정부, 만주의 정의부와 신민부, 김좌진 등에게 보천교는 인적·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사가 펴낸 책에는 동학농민전쟁과 보천교 주교 차경석(차지구 장자)과 강증산 탄생지 관련 구술 10건을 비롯해 보천교의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 구술, 보천교 독립운동 자금 지원 구술 등 33편의 구술이 채록되어 있다.
저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부터 사이비 친일 종교라는 누명까지 쓴 보천교 연구에 열정을 바쳐왔다. 30년 간 축적된 연구 성과의 결정체이기도 한 이번 구술사에는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나 기록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인물들의 고뇌와 투쟁까지 읽어낼 수 있다.
안후상 박사는 “보천교 민족운동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관련 연구가 본격시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관련 교인이 생존해 있었지만 그들이 타계하면서 구술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며 “그때부터 조금씩 보천교 교인을 찾아 나섰다. 정읍부터 완주와 전주 서울과 경기도, 경상북도 청송과 경상남도 함양까지 찾아다녔다”고 채록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헌의 한계를 절감한 요즘, 오래 전에 생성 축정된 구술이 떠올랐다. 이제는 이러한 구술이 적어도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읽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정읍시의 지원으로 추가 구술이 더해져서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라는 책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저자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근대사와 한국근대종교운동사를 연구했고, 동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아불교박물관 학예연구원, 대한불교조계종 보조사상연구원의 연구원 겸 ‘월간 불일(佛日)’ 편집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신종교학회 이사, 사단법인 노령역사문화연구원 원장, 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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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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