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수혜
백업 발전용 엔진 및 터빈 수요 증가
캐터필러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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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의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종목코드: CAT)가 인공지능(AI) 열풍의 예상치 못한 수혜주로 급부상하며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캐터필러의 엔진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끌어올리면서,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종가 412.88달러 기준 시가총액 1941억8000만 달러를 기록한 캐터필러는 시가총액 기준 미국 3대 산업주 중 하나로 꼽힌다. 192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불도저와 굴삭기 등 건설장비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AI 시대 전력 인프라를 책임지는 핵심 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 AI 데이터센터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은 캐터필러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한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7월 9일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500달러로 제시했다. 멜리우스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캐터필러가 제조한 엔진을 비롯한 여러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27년 매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이른바 '전력 폭발'에서 캐터필러의 역할이 놀라울 정도로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AI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발전에서 캐터필러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채드 딜라드 애널리스트는 "4년 이내에 신규 데이터센터는 필라델피아와 같은 미국 대도시의 10배가 넘는 전력을 누적적으로 소비할 것"이라며 "전 세계 전력 수요는 향후 10년간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캐터필러의 실제 수혜 사례로 메타(META)가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를 들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설 발전소는 200메가와트 용량으로 약 10만 가구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여기에 지멘스 터빈 3기와 함께 캐터필러 자회사 터빈 12기, 캐터필러 왕복 엔진 15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 에너지·운송 부문, 성장률 1위 기록
캐터필러의 사업은 건설산업, 자원산업(주로 광업), 에너지·운송(E&T) 세 분야로 구성된다. 이 중 발전기와 산업용 터빈을 포함하는 엔진 사업이 속한 에너지·운송 부문이 최근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에너지·운송 부문 매출은 30% 급증한 반면, 자원산업은 20%, 건설 부문은 13% 성장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에너지·운송 부문 내 발전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은 캐터필러의 에너지·운송 부문이 데이터센터, 발전, 가스 파이프라인 등에서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매수' 투자의견과 385달러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운송의 발전 부문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데이터센터의 백업 발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BofA는 "새롭고 더 큰 데이터센터는 한 사이트에 약 60개의 대형 캐터필러 엔진 발전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캐터필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에너지·운송 부문을 "다음 주당순이익(EPS) 사이클의 핵심 동력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이 가장 적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매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지난 12개월간 에너지·운송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9.9%에 불과했다. 반면 성장세가 둔화된 자원산업과 건설 사업은 각각 20.4%와 25.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형 가스터빈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에너지·운송 사업 부문의 제품 판매량 확대와 판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한다.
◆ 생산능력 2배 확대, 2029년까지 EPS 40% 성장 목표
캐터필러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방문한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의 130만 평방피트 규모 대형 엔진 시설에서는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향후 3년 안에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1000~6000마력 범위의 엔진을 제작하며, 이러한 엔진에는 AI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발전기가 포함된다. 베어드의 미그 도브레 애널리스트는 캐터필러 매수를 추천하면서 "핵심 동인은 데이터센터/AI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이며, 이는 천연가스 생산과 송전에 대한 수요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도브레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캐터필러 제품은 주 전력과 백업 전력 모두에 사용된다"며 "더 높고 효율적인 생산은 이 부문이 2029년까지 6~7달러의 주당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2024년 대비 40% 성장한 수치다.
현재 터빈을 필요로 하는 기술 기업들에게 캐터필러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천연가스 터빈 업계 최대 업체인 GE 버노바(GEV), 지멘스 에너지, 미쓰비시 중공업이 데이터센터 및 기타 전기 사용자의 수요 증가 속에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단기 실적 부진, 중장기 성장 전망은 밝아
캐터필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주가는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1분기 매출은 142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억8000만 달러로 26.7% 감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25달러로 전년 대비 24.1%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딜러 재고 축적 수요 둔화에 따른 장비 판매량 부진과 판가 인상 실패였다. 건설장비 부문에서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에너지·운송 부문에서는 발전용 터빈 및 관련 서비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실적 감소세를 둔화시켰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50억 달러로 2024년 말 대비 50억 달러 증가했다.
월가는 건설 및 광업 시장 약화로 인해 올해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이핀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캐터필러의 2025회계연도 EPS가 18.69달러로 2024년 약 22달러에서 14.6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 이전, 즉 주가가 주기적으로 저점을 찍을 때 캐터필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2026회계연도 EPS는 21.20달러(13.46% 증가), 2027회계연도는 24.18달러(14.05% 증가)를 예상했다.
▶②편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