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 수백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미국 여대생 틴슬리는 원하는 학교 동아리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팔로워들은 틴슬리에게 “힘내라”, “포기하지 마” 등의 응원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이런 위로의 말들은 모두 오도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틴슬리가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플루언서기 때문이다.
틴슬리를 만든 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a16z의 올리비아 무어 파트너다. 무어는 이런 AI 인플루언서 계정을 만드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AI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와 마케팅,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쉽고 빠르게 만든다…실제와 구분 안 돼

이런 AI 인플루언서는 실재 인물과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다른 AI 인플루언서 미아 젤루는 윔블던에 방문한 영상으로 팔로워 15만명을 모았는데, 알고 보니 AI로 만들어진 가짜였다.
AI는 단순히 이미지만 생성하는 게 아니다. 영상 콘텐트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할 수 있고, 댓글을 달거나 마케팅 제안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이 아닌 개인도 SNS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AI 스튜디오를 이용해 자신의 ‘AI 버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AI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체 H&M은 AI로 만든 복제 모델을 광고에 활용했고, 휴고보스는 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AI 인플루언서 이마와 협업했다. FT는 이 분야 경제 규모가 2023년에 2500억 달러(약 345조 75000억원)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FT는 기존의 인플루언서와 마케팅 담당자들이 AI 때문에 대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사이즈 의류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가브리엘라 할리카스는 “모델뿐만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등 제작자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I 모델, 사람 대체할까

하지만 AI가 인간 인플루언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윅시에 따르면 실제 인플루언서의 협찬 게시물의 참여율은 AI 인플루언서보다 2.7배 더 높았다. 또 실제 인플루언서의 게시물 1개당 평균 수익은 7만8777달러(약 1억956만원)로 AI 인플루언서(1694달러·약 236만원)를 크게 앞섰다.
AI 인플루언서의 등장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우려된다. AI가 사람인 것처럼 광고나 협찬을 받는 사기가 가장 큰 문제다. 또 AI 인플루언서들이 미의 기준을 비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할리카스는 “AI는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다.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메타와 틱톡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제작 기능을 선보이며 저품질의 AI 콘텐트가 넘쳐나는 ‘AI 슬롭(slop)’이 실현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음식물 찌꺼기란 뜻의 슬롭은 AI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저품질의 콘텐트를 의미한다. FT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콘텐트의 출처를 따지게 될 것”이라며 “진정한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