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코앞에 닥친 대선을 맞이해 대선 후보들의 환경 공약을 쓰려 했다. 그러나 내가 고쟁이 속바지에서 쌈짓돈 꺼내는 모양새로 정보를 취합하려는 순간 생성형 인공지능은 휴대폰 간편결제 속도로 이미 환경 공약을 비교하고 순위까지 매겨놓았다.
인공지능님 가라사대,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5번 권영국 후보다. 권 후보는 t당 11만원의 탄소세 도입처럼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명확하다. 1번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인프라, 생태계 복원, 석탄발전소 폐지 등 중간 정도의 구체성과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2번 김문수 후보는 원전 확대와 재난 대응 정책만 있을 뿐, 탈탄소·탄소중립 언급이 없다. 김 후보는 환경기후 공약이 전무한 4번 이준석 후보가 깔아준 덕분에 꼴등을 면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뭘 하며 살지 존재론적 고민이 든 찰나 2025년 한국 대통령 선거를 대한민국으로만 바꿔 다시 검색해보았다. 난데없이 김문수 후보는 사라지고 윤석열 후보(?)의 환경 공약이 나타났다. 현재 그분은 ‘감방 후보’인데요? 인공지능은 전지전능한 이성적 존재기도 하고 똑똑한 허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검색엔진 대신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약 7~10배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 현재 수준의 구글 검색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경우 10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국내 전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7분의 1 정도다. 최근 구글은 검색 시 자동으로 인공지능 답변이 생성되게 바뀌었다.
디지털 혁명이 삶의 속살들과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바꾸리라는 기대, 기후위기도 기술적 해결책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디지털 신봉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이 똑똑한 허당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구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몸체가 있는 존재로 이 몸체를 위해 어마어마한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초고성능 통신망은 희귀금속을 대거 사용하는데, 그중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방사능이 나온다. 희토류 최대 생산지가 중국인데, 광물이 많기도 하지만 그 위험한 공정과 환경오염에 대한 반대 여론을 억누를 수 있어서 그렇다. 최근 아일랜드와 덴마크에서는 전기사용량의 20% 정도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해, 비상시 데이터센터보다 식량 저장고에 전기를 먼저 사용하도록 했다.
디지털 혁명 역시 지구의 물리적 한계 속에 자리한다. 지구 시스템에서 화석연료, 공기와 물, 햇빛, 금속 등의 에너지와 물질을 공급받아 사용한 후 폐기물과 폐열을 지구로 내보내지 않는 한 디지털 혁명도 없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테네시주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주민들이 오염물질로 숨이 막힌다며 가동 중단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국내의 인공지능법에도, 인공지능 담론에도, 대통령 후보 공약에도 디지털 경제는 물리적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챗GPT는 한국 법인을 세웠는데,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료 구독자가 많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효율성, 속도, 신기술에 대한 ‘추앙’만 그득하다. 나는 밥 한 공기만 먹고도 인공지능이 답한 윤석열 후보 공약을 보고 지금은 2025년이라고 실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