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두 차례나 무산됐던 이지메디컴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다. 오랫동안 지적된 '특혜'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비상경영체제 하에 자금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연내 이지메디컴 지분 매각을 목표로 공고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2000년 9월 설립된 이지메디컴은 대웅과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의약품·의료기기 구매대행 업체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현 최고비전책임자(CVO))이 23.7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서울대병원이 5.5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341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은 삼정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4월과 5월 두 차례나 매각 공고를 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하반기 재추진하려고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비상계엄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며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 지분 매각에 집중하는 것은 정부의 비핵심자산 매각 권고와 함께 경영난 해소 목적이 강하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의정갈등 사태가 터지면서 급속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지난해 3월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 늘렸고, 병동 간호사를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까지 받았다. 이에 김영태 원장은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알리며 이지메디컴, 헬스커넥트 등 관계사 매각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서울대병원-이지메디컴-대웅제약 간 유통 '특혜' 논란이 지속 제기되며, 지분매각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대병원이 자신의 조달구매대행 사업을 독점하는 이지메디컴에 높은 납품 수수료를 제공,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국립대병원이 나라장터를 이용할 경우 납품 수수료율이 0.2% 수준이지만,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에 지급하는 의약품 수수료율은 0.48%로 두 배 이상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이 지분 매각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두 차례 유찰 배경엔 서울대병원의 매각 희망가격과 시장 눈 높이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갈등 여파 등으로 업황마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이 가격을 낮추지 않은 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수 지분인데다 현금화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는 한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대상은 최대주주일텐데 추가 지분 확보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일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달구매대행 사업자 선정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병원은 향후 2년 간 의료기기, 자재, 소모성품목 등 조달을 대행할 업체를 선정 중인데, 이지메디컴이 20년 이상 수행해 왔다. 서울대병원의 최대 이슈가 '비용절감'인 만큼 신규 조달구매대행 업체 선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이 조달구매대행 업체를 통한 조달 규모는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국공립대 중에서 최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조달구매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배제하거나 우선순위를 선정할 순 없다”며 “평가 기준에 따라 향후 2년 간 조달구매 대행을 맡길 업체를 엄격히 선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