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의료수가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보건의료노조 등이 주최하고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 주관한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가 국민소득 상승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1989년 건강보험 전면 시행 이후 2023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1배 증가했으나, 1인당 건강보험 급여비는 37.4배나 늘었다”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국민소득 증가보다 3.7배 빠르게 확대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도 3.13%에서 7.09%로 2.3배 증가한 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어 보험 혜택은 늘지 않고 부담만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10년간 수가는 76.4% 상승하고 진료량은 58.0% 증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1.2%)의 수 배를 웃돌았다”며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진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현재 7.09%로 법정상한(8%)에 근접해 추가 인상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김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기는 구조로, 보건의료체계의 비효율성과 재정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대가치점수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수가 산출 기준은 GDP와 물가, 보건업 임금 등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상대가치점수는 지난 10년간 49.1% 상승했다. 김 교수는 “인건비 기준으로 원가를 분석한 결과 인기 진료과목 위주로 점수가 올랐고, 필수 진료 과목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전문과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가산율 역시 정책마다 별도로 신설돼 항목이 과도하게 많고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의 보완책으로 일부 질병군에 적용 중인 포괄수가제와 일당제에 대해 외래 진료 전가 방지와 예외 항목 최소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 비급여 관리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고, GDP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총진료비 목표를 설정해 수가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