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방부 세출법안 부속 보고서에 명시
동북아 주둔 미군 통합운용 가능성 주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하원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주둔중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그리고 유엔사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평가 보고서 제출 요구는 대북억지를 넘어 중국의 위협을 겨냥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적극 검토중인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6일(현지시간) 미 의회 공식 법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하원 본회의를 표결 끝에 찬성 221, 반대 209로 통과한 '2026 국방부 세출법안(H.R.4016)' 부속 보고서(H. Rept. 119-162)에 동북아 주둔 미군의 임무와 전력태세 등에 대한 검토와 세부 평가 보고서 제출 의무가 명시됐다. 미 국방부에 배정된 내년 세부 예산을 담은 법안은 현재 상원으로 이송돼 9월 상원이 휴회를 끝내고 돌아오면 처리될 예정이다.
통상 미 의회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입법 목적과 의도 등을 상세히 밝히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법안 부속 보고서는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세출법안의 경우 자금 지출에 관한 구체적인 세부 지침을 명시해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먼저 주한미군(USFK), 주일미군(USFJ), 그리고 유엔사(UNC)의 장기적 임무와 자원 배분에 관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인도태평양사령관 등과 협의해 평가서를 상하원 국방위원회에 2026년 4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평가서에 담겨야 할 항목으로 주한미군, 주일미군, 유엔사 간 상호운용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명시했다. 그 동안 주둔국 군대와 유사시 통합 운용에 필요한 상호운용성을 강조해온 미국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상호운용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간 통합운용 등 역내 안보를 둘러싼 미국의 '큰 그림'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해 주목된다.
보고서는 또 사전 배치된 물자와 전략적 기동성, 작전 접근성을 포함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그리고 유엔사의 신속대응을 저해하는 전력 태세, 병참, 지휘통제 문제를 평가하고, 요구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현재는 물론 향후 계획중인 전력태세, 지휘 통제와 역량, 병참 그리고 인프라 구축이 억제와 전투, 그리고 통합된 작전 수행에 필요한 요구를 지원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도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요구는 사실상 미 의회가 국방부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동북아 주둔 미군이 통합억제목표(integrated deterrence objectives)와 진화하는 역내 위협(evolving regional threats)에 부합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일관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미 의회가 중국을 억지하기 위해 지역내에 주둔중인 미군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국방부에 주문한 것"으로 해석했다. 마키노 기자는 미 국방부가 조만간 발표할 새 국방전략에 이런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 DC의 안보 싱크탱크인 '국방 우선순위(Defence Priorities)' 선임연구원인 제니퍼 캐버노 박사는 이날 뉴스핌에 하원의 국방부에 대한 이번 평가 보고서 제출 요구가 "역내 비상사태 발생 시 동 아시아 전역의 미군이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단일 부대로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보장하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캐버노 박사는 이같은 역내 주둔 미군 간 상호운용성 확보가 미국의 중요한 목표라며 이를 통해 "만약 이 지역(동북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진 배치된 군사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을 역임한 댄 콜드웰과 지난 달 미국의 글로벌 군사태세 조정 보고서를 함께 작성한 캐버노 박사는 다만 "미국이 역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동맹국에 숨김없이 명확히 밝혀야 하고 동맹국 역시 이 문제에 관해 투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한미군이 대북억지를 넘어 주일미군, 유엔사와 함께 역내 최대 안보문제인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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